국방부가 모든 장병의 군복(軍服)에 태극기를 부착하기로 했다고 한다. 왜 여태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바람직한 결정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방산 비리, 군기(軍紀) 문란과 성(性)범죄 빈발 등 참담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를 호도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군이 태극기 부착을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게 하지 말고, 정신 전력(戰力)을 강화해 진정한 강군으로 나아가는 중대한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국방부에 따르면 60여억 원의 예산으로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부착한 전투복과 태극기 패치를 제작해 10월까지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 해병대, 카투사, 민정경찰, 해외파병군 등의 전투복에만 태극기를 부착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군복에 장병 이름과 부대 마크만 붙였다. 그런데 군복이 디지털 군복으로 바뀌면서 마크 탈·부착이 쉬워져 태극기 부착을 전군으로 확산할 수 있게 됐다. 태극기 부착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고, 군 복무가 사적 업무가 아니라 국가 공동체를 위한 일이란 인식을 드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태극기 군복은 국민의 대군(對軍) 인식을 더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다. 그러나 크고 작은 문제점들도 예상된다. 유사시 아군의 식별 표지가 되지만 적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태극기 패치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태극기 부착이 군의 실추된 이미지를 저절로 높여주지는 않는다. 최근 전직 해군 참모총장 두 사람이 엉터리 무기 도입 또는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 한 해군 중장은 캐디를 성희롱해 조사를 받고 있다. 윤 일병 사건 같은 병영 내 가혹행위, GOP 총기 난사 사건, 지휘관의 부하 여군 성폭행 등이 꼬리를 물면서 국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하는 개탄까지 자아내게 한다. 5년 전 천안함 폭침 당시 군이 노출했던 대비의 실패, 경계와 작전의 실패, 보고의 실패, 지휘의 실패, 응징의 실패 등 총체적 난맥은 여전히 국민을 불안케 한다. 이런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태극기 부착은 되레 태극기를 모욕하는 일이 될 뿐임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