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화 / 홍익대 명예교수, 前 홍익사대부속중고 교장

경기도교육청에서 지난해 9월 1일 상·벌점제(制)를 폐지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에서 ‘상·벌점제를 지양하라’는 공문을 각급 학교에 내려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고,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칭찬을 하며 ‘상점’을 주는 학생생활지도 방식은 체벌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그 방식과 수단의 하나로 대다수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벌점제를 인권 측면만 내세우면서 편협한 논리에 치우쳐 폐지하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학생 지도에 혼란이 초래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돼 온 9시 등교 문제라든지 방과 후 학교 운영 또는 상벌제 등 교육청에서 학교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간섭하는 것은 교육 전문가들인 교사들과 학교장의 권위를 무시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벌점제 운영은 학생들의 준법정신이나 질서 의식을 함양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치 교통사고 벌점제나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현장 교육의 최고 전문가들인 학교 교사들이나 학교장들을 신뢰한다면 상·벌점제는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게 당연하다. 또, 학교의 분위기나 지역적인 위치, 학생 및 학부모 들의 성향이나 요구들이 다양할 수 있고, 교사 및 학교장의 교육철학이나 소신에 따라 학교교육을 책임성 있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단위 학교에서 이뤄지는 주요 교육 활동은 교사와 학부모와 지역인사, 학교장 등이 잘 참여하는 법적 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자문·심의하도록 하고 반영하는 운영 체제가 구축돼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구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 일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지 않고 학교 교사나 학교장이 충분히 해낼 수 있고 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사사건건 간섭하고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교육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저해하는 일이며, 관리·통제에 익숙한 전 근대적이고 권위적인 행정가의 행정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자율 역량을 키워주는 일이 그렇게도 어려운 신기루인가. 학교교육 정책과 행정 운용은 자율적인 학교 운영을 지원하고 책임성을 신장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두고 이를 지원하고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또한,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활발하게 지원함으로써 학교 교사들로 하여금 효과적인 교수·학습 활동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자긍심을 가지고 교육 활동에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전문성 신장과 교육 여건 마련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리하여 학력 신장뿐 아니라, 교육의 본질 회복인 인성교육, 전인교육 실현에 교육애(愛)와 사명감을 가지고 전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교사들과 학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원 행정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상·벌점제 ‘폐지’ 방침을 접하면서 교육 지도자들이 과연 학교 현장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또 교육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에 기울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교육감이나 간부들이 며칠이라도 현장에서 교장이나 교사를 체험한 후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 시행하면 어떨까.

더는 학교교육을 흔들어대고 상식을 실험하는 혼란의 장(場)이 돼선 안 된다. 학교 현장의 교육 운용은 교육 전문가인 교사들과 학교장에게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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