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스카프는 여성의 전유물로, 그것도 봄이나 가을 즈음 분위기 좀 내고 싶은 일부 여성을 위한 액세서리로 생각하셨을 겁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나 이탈리아 거리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스카프 매는 남자’가 아직 우리에게는 생경하기도 하고요.
남자를 위한 스카프는 소재와 컬러, 패턴의 선택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아내의 실크 꽃무늬 스카프를 슬쩍 두르는 순간 자칫 “여성 호르몬이 과다해진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에 딱 좋으니까요.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지인들도 화려한 실크 스카프는 아직 ‘무리’라고 하더군요. 번드르르한 광택이 나는 실크 스카프보다는 거친 듯 자연스러운 리넨 소재의 스카프를 골라야 합니다. 색상은 상의 재킷과 비슷한, 소위 ‘톤 온 톤(tone on tone)’ 색상이 안전하고요.
스카프를 두른 후 매무새도 무척 중요합니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스카프는 슈트 재킷 안으로 넣어 양쪽으로 툭 떨어뜨리듯 착용해 보세요. 이때 재킷 단추를 여며 줘야 너풀거리는 스카프 자락을 부여잡느라 노심초사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스웨터에 다소 짧은 스카프로 편안하게 입고 싶다면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끝자락을 스웨터 안으로 살짝 넣어 주면 됩니다. 셔츠 단추를 두 개 정도 풀고 넥타이와 같은 모양으로 매는 것도 센스 있는 연출법입니다.
여전히 스카프가 ‘가까이 하기에는 먼 당신’으로 여겨진다면, 양복 왼쪽 가슴 주머니에 꽂는 손수건 형태의 ‘포켓 스퀘어’에 도전해 보세요. 흰색의 리넨 포켓 스퀘어를 기본으로 감색과 회색의 면 소재 포켓 스퀘어까지 단 세 장이면 어떤 슈트에도 멋스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접는 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힘이 있는 천이나 실크는 뾰족한 끝부분이 어깨 쪽으로 향하도록 삼각형으로 접고, 부드러운 소재의 포켓 스퀘어는 조금씩 주름을 잡아 가운데 부분이 위쪽으로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게 장식하면 됩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직사각형으로 반듯하게 접어 주머니 밖으로 2㎝ 정도만 평평하게 드러나도록 꽂아 주는 겁니다.
큰 비용 투자 없이도 멋스러운 ‘봄 남자’로 거듭 날 수 있는 스카프와 포켓 스퀘어에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작은 천 조각 하나가 당신을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기억 속의 그 남자’로 만들어 줄지도 모르니까요.
권은주 < 제일모직 커뮤니케이션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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