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중국 내 사업공략 기반이 정보기술(IT)·전자를 넘어 금융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이 그가 추구하는 ‘윈-윈 비즈니스’의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파격적 전략보다는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선(先)신뢰 구축, 후(後)사업 협력’이라는 고전적인 자세로 상호 이득을 추구하는 사업 스타일의 성공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준공한 산시(陝西)성 시안 반도체 공장은 최근 가동 10개월을 지나며 후공정(반도체 테스트·패키징) 라인까지 완공해 일관생산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력 제품인 3차원 낸드플래시 메모리(V낸드)의 생산 능력도 지난해 월 4만 장(웨이퍼 기준) 수준에서 현재 5만 장, 올 연말까지는 8만 장 수준으로 늘어나 2배로 커질 전망이다. 데이터의 저장공간인 셀을 32층까지 쌓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제품이어서 글로벌 데이터 센터를 중심으로 주문이 급증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9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로선 약 70억 달러(약 7조7000억 원)를 투자한 공장이 새로운 ‘달러박스’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시안공장이 빠르게 안정화된 것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분이라는 게 삼성전자와 협력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어느 나라에서도 기대하거나 받아본 적이 없는 특별한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설비 반입이 늦춰지면 산시성 정부가 나서 하루 만에 통관 처리해 주고, 도로가 좁아 설비가 들어오지 못하면 곧바로 확장공사를 벌여줄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공장이 위치한 시안첨단기술개발구는 지역 발전의 핵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부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거점이 필요한 삼성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상승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시안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외교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거점 가운데 하나이자,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중국 특유의 신뢰, 관계 중시 문화에 대한 접근법을 알고 있는 것”이라며 “그게 중국 사업의 원칙으로 자리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6∼29일 중국 하이난(海南)성의 휴양지 보아오(博鰲)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서 시 주석과 면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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