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水만화’ 출간한 최창조 前 서울대교수“명당은 만드는 것입니다.”

미신으로 치부되던 전통 풍수에 현대 지리학을 접목하고 과학적 토대를 마련해 풍수를 현대화한 풍수 지리학자 최창조(65·사진·만화 컷) 전 서울대 교수. 자신의 저서들을 원재료로 현대인을 위한 풍수 상식을 만화로 담아낸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고릴라박스) 출간 후, 지난 24일 서울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그는 ‘현대의 명당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명당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답에 앞선, 다소 예상 밖의 즉답이 있었다. “명당요? 땅값이 비싼 곳이죠”라는 답이었다. “명당의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땅값이다. 더 좋은 지표는 없다. 좋은 땅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비싼 곳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명당도 ‘돈’이 차지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 전 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책 제목대로 ‘명당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명당의 개념은 계속 바뀝니다. 명당의 전제도 옛날과 달라졌습니다. 전통 풍수는 농촌을 대상으로 그 땅에 대한 경험 과학의 속성을 갖지만 도시 개발로 적용 가능한 근거 자체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환경심리학이랄까, 심리적 요소가 중요해졌습니다. 명당이라고 생각하면 명당이 되는 것이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좋은 점을 자꾸 발견해 명당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는 바람이 세게 들어오거나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것처럼 상식적으로 흠이 있을 경우엔 바람막이 숲이나 탑을 조성해 바꾸면 된다며 이를 연극에 비유해 설명했다. “연극에서 중요한 것은 무대가 아니라 배우와 연출가입니다. 무대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배우는 무대에 개입해 바꿉니다. 무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우, 즉 사람입니다.”

전 2권 중 첫 권이 먼저 나온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는 만화가 김진태 씨가 최 전 교수의 저서에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풍수 상식,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뽑아 에피소드로 풀어놓은 것이다. 풍수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현대 아파트에선 풍수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김 작가는 이 만화 풍수입문서 작업을 위해 최 전 교수의 저작들을 2년 넘게 탐독했고, 그를 수차례 인터뷰했다. 최 전 교수는 “어렸을 때 김성환의 ‘꺼꾸리 군 장다리 군’을 좋아했고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으며 유럽에 대한 지식을 많이 얻었다. 만화가 좋은 전달방법임을 알기에 만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흔쾌히 동의했다”며 “만화 구성은 전적으로 작가에게 일임했다”고 말했다. 책은 만화책답게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만, 풍수술을 풍수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최 전 교수의 명당에 대한 생각, 풍수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지리학’으로 보는 풍수 철학이 자연스레 담겨 있다.

1992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직을 그만두고 20여년간 우리 땅 곳곳을 밟으며 풍수지식과 경험을 축적해 ‘합리적 풍수’를 이야기한 탓에 학계와 풍수가 양쪽에서 외면당하기도 했던 그는 “흔히 풍수하면 묏자리 쓰는 음택(陰宅)을 말하지만 이는 조상 덕을 보겠다는 욕심의 풍수로 중국의 풍수이다. 한국의 자생적 풍수는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생활을 중시하는 양택(陽宅·살아 있는 사람의 집터)의 풍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풍수 전문가의 집은 명당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전 아파트를 판 돈으로 이사올 수 있는 곳이 지금 구로동 아파트였어요. 아파트에서 로열층을 명당이라 하지만 저희 집은 1층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모두 좋은 점을 찾았지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 좋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나오기 좋다, 적당히 그늘이 있어 좋다…. 이 집에서 아이들 잘 키우고, 좋은 일 많았어요. 그게 명당이지요.” 요즘 외손자를 보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 하나라는 그는 곧 신라 말기의 승려이자 풍수설의 대가인 도선 평전을 출간할 계획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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