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서울시와 강남구가 제2시민청 건립 계획을 두고 또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본청 지하에 운영 중인 시민청과 같은 형태의 공간을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관(SETEC)에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강남구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는 29일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구와 사전 협의 없이 관광·마이스(MICE)산업(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 등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 등 영동대로 세계화 개발의 거점인 SETEC 부지에 시민청을 세운다고 시가 기습 발표했다”며 “당초 계획대로 조속히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이를 토대로 영동대로변 청담 케이스타로드, 한전 부지의 케이팝 테마거리, SETEC 부지로 연결되는 한류문화벨트·MICE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SETEC 부지는 전람회장 용도여서 시민청이 들어설 수 없다”면서 “오는 6월 30일 사용기한이 끝나는데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구와 협의도 없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 목적이 있는 가설 건축물은 연장하는 게 관례인데 강남구가 철거 공문을 보냈다”면서 “계속 철거를 명령하면 집행정지처분을 법원에 내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통상 판결까지 2∼3년이 걸리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는 또 수서동 727번지 공영주차장 부지에 임대주택 44가구를 건립한다는 시의 계획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KTX 등 5개 종류의 철도가 환승하게 될 수서역 역사 확장 계획을 감안할 때 주차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강남구는 세곡동 교통인프라 미확충, 특별교부금 역차별 등도 시의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세곡동 보금자리주택 입주로 교통여건이 최악인데도 밤고개로를 확장해 주지 않고 있고 매년 1300억 원이 넘는 강남구의 재산세를 가져가면서도 특별교부금 등 재정지원은 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낸 호소문 전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님께 드리는 호소문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강남구청장 신연희입니다. 시장님, 지금부터 3개월 전 2014년 12월 18일 2년여 동안 서울시와 줄다리기를 했던 구룡마을 개발 방법에 대해 시장님께서 100% 수용·사용 방식으로 최종 결정하시어 강남구청 손을 들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이 같은 마음에 변함이 없습니다.

 시장님, 그런데 구룡마을 개발 방식 결정으로 서울시와 강남구가 윈-윈한 지 3개월이 채 가기도 전에 현재 강남구가 무역센터 주변의 관광특구 지정, 한전 부지 개발 급진전과 연계하여 영동대로 대미에 위치하는 SETEC 부지의 세계화 개발에 노심초사 구민의 지혜를 모으고 있는 중에 서울시가 강남구와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영동대로 개발의 3대 축의 한 곳인 SETEC 부지에 이른바 ‘시민청’ 개설을 발표하여 품격과 자존을 생명같이 여기는 강남구와 강남구민에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모멸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황당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역지사지의 혜안을 베풀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장님, 서울시는 SETEC 부지에다 소위 시민청을 세우려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SETEC 부지는 당초 계획대로 강남구(안)을 반영해서 조속히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을 추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장님, 강남구가 서울시의 갑의 횡포로 생각하는 사례는 이것뿐이 아닙니다. △수서동 등 인근 지역에 임대주택이 현재 1만 6218세대가 소재(입주 확정된 수 포함)하고 향후 KTX 수서역세권 지역 2800여 세대, 구룡마을 1250세대 등 총 5300여 세대의 임대주택 추가 공급이 예정되어 있어 향후 강남구에는 총 2만1000여 세대의 임대주택이 입지하게 되는데 또 수서동 727번지 임대주택 건립을 계획하여 주민이 반대하는데도 계속 강행하려는 시도 △세곡동 보금자리주택 입주로 교통여건이 최악임에도 밤고개로(路) 확장에 손 놓고 있는 점 △재산세 공동과세제도 채택 이후 매년 1300여 억 원이 넘는 강남구 재산세를 가져가면서도 특별교부금 등 재정지원은 25개 자치구 중 최악으로 역차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가급적 최단 시일 내에 시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장님, 지방자치시대에 자치단체는 완전한 법인격체이며 인격자로서 존엄과 가치를 향유할 헌법상 권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헌법 제117조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한다’고 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업무를 보장하여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을 최대한 인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자치구 간에 이해가 교차하는 업무처리 시에는 항상 갑의 위치에 있는 서울시가 을의 인격자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시장님, 다른 구청에서도 서울시의 일방적 고압자세를 느낄 때가 많다고 듣고 있습니다.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박원순 시장님, 100% 서울 건설을 위해 서울시는 갑의 아량과 을의 존재감을 존중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2015년 3월 29일
 강남구청장 신연희

유회경 기자 yoology@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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