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사용해야 실력 늘어”학원도 “美서 직접 구입”… ‘전문가용’ 내세워 홍보

서울에 사는 30대 주부 A 씨는 최근 7세짜리 딸의 미술학원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이웃 엄마 B 씨가 아들을 ‘수입 미술 재료를 쓰고 영어로 수업하는’ 미술학원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자랑을 잔뜩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B 씨는 “미국산 재료를 써서 그런지 아이가 완성한 작품의 질이 다르다”며 A 씨에게 아이 미술학원을 옮기라고 계속 권유하고 있다. A 씨는 “우리 딸은 수입재료를 쓰지 않는 학원에 다녀 실력이 늘지 않는 것만 같다”며 “재료 문제 때문에 실력 차이가 날 것 같아 학원을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유아 대상 피아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C(여·39) 씨는 최근 한 학부모로부터 황당한 환불 요구를 받았다. 열흘 전 처음 학원을 등록한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학부모가 “그랜드피아노로 수업하는 학원으로 옮겨야겠다”며 학원비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한 것. C 씨는 “피아노를 처음 접하며 음계부터 배우고 있는 아이에게 명품 피아노를 치게 해야 한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고 황당했다”며 “처음부터 그랜드피아노를 쳐야 손에 명품피아노가 쉽게 익숙해진다고 주장하는 탓에 그냥 환불해줬다”고 털어놨다.

일부 학부모들이 ‘수입 미술재료’나 ‘명품악기’를 사용하는 예체능 학원을 고르는 비뚤어진 자식 사랑을 보여주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일부 예체능 학원들은 이 같은 학부모 심리를 이용해 ‘수입재료’나 ‘명품악기’를 홍보 수단으로 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제 31일 일부 유아 대상 예체능 학원에 문의한 결과 서울 강남지역의 한 미술학원은 “직접 미국에 방문해 한국에 없는 다양한 재료를 구매하며, 전문가용 수입 재료만을 사용한다”고 홍보했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의 유명 미술·과학교육원도 ‘뉴질랜드산 물감인 슈퍼템페라’, ‘미국에서 직접 구매한 크레욜라 마카’를 사용한다며 원아를 모집했고,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유아 음악학원은 “그랜드피아노를 다수 보유해 고급 수업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류혜원(유아교육) 경북과학대 교수는 “유아에 대한 예체능 교육에서 재료나 악기의 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어린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접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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