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외교전략 부재… 대통령 모시기만 열중”
“외부에서 걱정과 고민을 해주는 것에 대해 장관이 저렇게 불만을 드러낸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 소통을 못하고 있다는 자백밖에 더 되겠는가.”
윤병세(사진) 외교부 장관이 30일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사에서 외교부의 현안 대응을 ‘고난도 외교력’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도 비판을 내놓은 언론·전문가그룹에 대해서는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이라고 발언한 것(문화일보 3월 30일자 1·2면 참조)과 관련해 외교안보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의 일성이었다. 전문가들은 3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결같이 “외교부의 책임 회피” “눈속임”이라고 지적한 뒤 “혹시 외교부로부터 시달릴 수 있으니 익명 처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빼놓지 않았다.
국내 한 연구원의 박사는 윤 장관이 ‘한국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라는 인식을 보여준 것과 관련, “현재 상황이 지금 축복받은 상황이라고 했는데 지금 이 상황이 우리가 만든 것인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이제는 미국과 중국 모두와 다 잘 지내야 한다고 말할 게 아니라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국가전략의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 모두 만족시킬 수도 있지만 모두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에 깊이 관여한 한 대학교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등 최근 한국 외교가 처한 상황과 관련, “사드 문제 등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야 할 사안을 미루고 미뤄서 만들어진 상황인데 한국이 마치 지금의 상황을 전략적으로 만든 것처럼 눈속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한국 외교가 구조적 요인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관망만 하다가 실기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중·장기 전략 없이 매일 벌어지는 현안 대응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책연구원의 한 교수는 “일국의 외교부 장관이 밤새 연설문을 고치고 있을 정도로 그때그때 벌어지는 현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현재 한국 외교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데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외교부에 그런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가에서는 외교 수장들이 대한민국 외교보다 박근혜 대통령 모시기에 더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방승배·신보영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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