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대성은 문득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처럼 국가의 위상이 높아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부통령 바이든과의 회담을 시작하기 직전에 떠오른 생각이다. 이곳은 청와대 대회의실, 정면에 앉은 바이든이 웃음 띤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바이든은 일본과 신의주를 거쳐 이곳에 온 것인데 아베와 김동일을 차례로 면담했다. 신의주장관 서동수로부터 낱낱이 보고를 받은 터라 이쪽 준비는 다 해놓았다. 남북한이 연합하면 어떤 위력(威力)이 생기는지,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지금 한대성은 피부로 체험하는 중이다. 미국 측의 태도도 이제는 3개월 단위로 달라진다고 외교부에 소문이 났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대마도 침공설까지 나도는데도 미국은 강경 모드로 가지 않는다. 전(前) 같으면 그렇지, 신의주가 없었을 때 같으면 한국은 고립되었을 것이다. 그때 바이든이 입을 열었다. 웃음 띤 얼굴이다.

“아베 총리한테 통보했습니다. 대마도 문제는 한·일 양국이 처리하라고 말씀입니다.”

그것은 동맹국 간의 분쟁엔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한대성이 웃음 띤 얼굴로 화답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혈맹입니다. 피로 맺어진 동맹국이죠…….”

한대성은 노련한 정치인이다. 할 말이 더 있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마지못한 듯 닫았는데 그 뒷말을 바이든도 이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본은 아니죠. 바로 2차세계대전 때 진주만을 기습했고 수십 만 미군을 살상해서 피를 흘리게 한 적국 아닙니까? 지금은 난데없이 동맹국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다. 머리를 끄덕인 바이든이 말을 이었다.

“김 위원장을 만났더니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재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현실적이었고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대통령께서도 적극 검토하시겠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깨를 편 한대성이 똑바로 바이든을 보았다. 심장박동이 거칠어졌지만 어금니를 악물고 참았다. 무언가 가슴에서 치밀어 올랐는데 잘못하면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옆에 앉은 외무장관 김경석은 숨을 참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에 점점 피가 몰려와 붉어지는 중이다. 그때 한대성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입을 열었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은 물론 북한에서도 대마도 탈환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종전 직후처럼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대마도에 대한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국무장관 헤이스가 대신 대답했다.

“한국 측의 요구가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각하.”

그때 바이든이 결론을 내었다.

“말씀드렸다시피 미국은 아시아 정책을 재고하겠습니다. 그동안 한·일 간의 대마도 분쟁 문제는 양국 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해드립니다.”

한대성은 바이든이 한·일 간이라고 말한 것에 주목했다. 대마도를 점령하겠다고 나선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놔두겠단 말인가? 매사에 용의주도한 늙은 여우 바이든이 북한을 언급 안 하다니, 방금 김동일을 만나고 왔으면서. 한대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미국은 우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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