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푸드’의 경제학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총칭
반대는 ‘하람’… 모르고 먹으면 게워

2012년 시장규모는 1조880억 달러
2018년 1조6260억 달러 성장 전망


CJ제일제당은 늦어도 오는 5월쯤 끝날 것으로 보이는 자사 가공식품에 대한 한 인증 절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햇반, 조미 김, 김치 등 3개 품목, 43개 제품에 대해 2013년 3월에 말레이시아 이슬람발전부(JAKIM)로부터 받은 할랄(Halal)에 대한 재인증이다. 2년 단위로 이뤄지는 이 인증은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운,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인증에 속한다. 제품의 원재료부터 생산공정, 원·부재료 성적서, 보관 및 창고관리, 운송 등 전 제품에 관련된 관리절차에 대해 ‘현미경 검증’이 이뤄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이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으며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식을 테스팅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인근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중동 등까지 할랄 인증을 받은 한식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중동순방 성과 확산방안의 하나로 할랄식품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들며 18억 명 인구의 무슬림 식품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할랄식품의 현주소와 경쟁력, 마케팅 전략과 앞으로 시장 선점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할랄은 아랍어로 ‘신이 허용한 것’이란 의미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한다. 식품뿐만 아니라 의약품, 화장품 등 몸에 바르고 섭취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육류 중에서는 이슬람식으로 도축된 고기 및 이를 원료로 한 제품은 할랄제품으로 분류된다.

복덕규 코트라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차장은 “할랄에 반대되는 개념이 더럽고 허용되지 않은 것을 뜻하는 ‘하람(Haram)’”이라며 “음식을 맛있게 먹고도 나중에 하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심한 경우 게워내기까지 할 정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할랄식품 시장에 관심이 커지는 것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 정부가 지난 3월 17일 무역투자진흥회의를 거쳐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 할랄식품 시장은 1조880억 달러로, 2018년에는 세계 식음료 시장의 17.4%에 달하는 1조626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맞춰 정부도 지난해 6억8000만 달러였던 국내 할랄식품 수출을 2017년까지 12억3000만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할랄 수출 확대를 위한 민·관 협력 추진체계 구축, 할랄식품 시장 동향과 수출 유망품목 및 인증 기준 조사, 할랄 인증 전문역량 육성, 할랄식품 생산·가공기반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지원 방안에서 알 수 있듯 아직 국내 할랄식품 및 식당 조성이나 관광문화는 ‘걸음마’ 단계에 속한다. 한국이슬람중앙회(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은 5곳에 불과하고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문 호텔이나 숙박시설도 찾아보기 힘들다. 식품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오리온, 풀무원, SPC그룹, 태경식품, 미가식품, 기장물산 등이 할랄 인증을 받았는데 이번 조치를 계기로 내수 침체를 극복할 수출 활성화의 계기로 활용할 방침이다. 그만큼 아직 수출 성과는 크지 않다. CJ제일제당은 할랄 인증 품목 확대를 목표로 뛰고 있다.

동원F&B는 2012년 6월 동원양반김, 동원샘물 등 2개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참치, 천지인홍삼도 인증을 얻었다. 농심도 2011년부터 ‘할랄 신라면’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이슬람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유제품의 경우 최근 서울우유, 빙그레가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업체로 정식 등록됐다. 빙그레는 지난해 2월 메로나 4종과 바나나맛 우유, 딸기맛 우유, 멜론맛 우유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롯데제과, 아워홈 등도 할랄 인증을 추진 중이다.

유통업체에서는 홈플러스가 한류열풍을 등에 업고 지난해 12월 중순에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식품전을 열고 할랄 인증 한국식품 30종을 선보이며 교두보 확보에 들어간 상태다.

할랄 시장 진출의 최대 ‘복병’은 무엇보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가 꼽힌다. 인증기관이 국가별로 달라 전 세계 300여 개에 달하고 인증요건도 이슬람법 해석에 따라 모두 다르다.

사단법인 한국할랄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할랄식육의 도살규정은 할랄 규정 가운데 가장 종교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어 매우 까다롭다. 반드시 무슬림이 도살해야 하며 도살 직전에 종교적인 주문을 외우고 도살 대상 동물을 단 한 번에 절단해야 한다는 등 필수요건만 15개에 달한다.

현재 할랄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회교권인 말레이시아로, ‘국제 할랄 허브’가 되겠다는 전략 아래 ‘할랄산업개발공사’를 설립한 후 할랄산업 외국인투자 장려, 아랍계 할랄 식당 체계적 육성을 통해 중동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도 230개의 업체가 할랄제품 도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업 중에서 네슬레는 전 세계 85개 공장과 154개 제품이 할랄 인증을 받을 정도로 30여 년 전부터 전폭적인 투자를 해왔다.

노장서(문화유산경영학 박사)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사무총장은 “정부의 할랄산업 활성화 방침이 즉흥적인 대응이나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할랄기본계획’ 같은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할랄식품에만 관심이 집중되는데 화장품, 의약품 규모도 매우 크고 할랄 인증규정 자체가 강화되는 추세이므로 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총장은 “할랄식품 원료·성분 등 원재료 개발과 함께 알코올이나 젤라틴 성분을 대체할 연구 역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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