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3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진공 서울사무소에서 역점사업 추진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3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진공 서울사무소에서 역점사업 추진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취임 70여일… 임채운 中企진흥공단 이사장‘혁신·시장·글로벌.’

지난 1월 20일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수장으로 취임한 임채운 이사장의 조직 운영 키워드다. 임 이사장은 올해로 설립 36주년을 맞은 중진공 최초의 민간 출신이다. 그는 유통·마케팅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학계에서 인정받았다. 한국유통학회장,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을 역임했으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공익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외부 활동을 펼쳐 왔다. 중진공 이사장으로 취임함으로써 그동안 학계에서의 활동을 통해 쌓은 중소기업 분야의 노하우를 직접 정책에 반영할 기회가 온 것이다. ‘임채운호’ 중진공이 나아갈 방향은 어떤 것인지 들어보기 위해 3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중진공 서울사무소에서 임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먼저 ‘시장’과 ‘글로벌’이라는 운영 키워드를 떠올리게 된 동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대개 교수들은 탁상공론밖에 할 줄 모른다는 편견과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직원들이 저를 처음 봤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취임 직후부터 현장 파악에 주력했습니다. 경남 사천에 있는 중장비 유압파이프 전문업체의 경우 항공용 파이프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경영진이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마케팅이 약해 보였습니다. 담수화 설비를 만들어 중동으로 수출하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들 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공단이 보완해 주면 금방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재임하는 동안 중소기업 지원 제도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보충해 주는 식으로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이때 했어요. 중소기업을 지원받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앞으로 공단은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입니다.”

임 이사장은 내부적으로 경영혁신을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같은 혁신 작업이 내부 직원들이 주축이 돼 꾸려진 ‘독수리팀’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독수리팀에서 논의된 경영혁신 방안은 1주일마다 사내 게시판에 공개되고 있다. 각 부서장이 부서에서 현행 업무처리 방식의 문제점을 취합하고 독수리팀에 문제를 제기, 바람직한 해결방식을 찾아 공유하는 것이다. 현업 부서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고 나중에 다른 식으로 문제가 제기되면 벌칙이 부여된다.

대다수 공공기관이 새로운 기관장 취임과 동시에 기관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경영기법들을 시험·시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신선한 시도였다.

“독수리의 평균 수명은 70년인데 보통 수명의 절반을 넘은 시점에서 앞으로의 생존방식에 대해 고민을 합니다. 우리 중진공이 지금 설립 36주년을 맞았습니다.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그동안 예산과 조직 규모는 성장했지만 내부적인 업무 효율성은 많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민간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에 맞춰 예산이든 인력이든 구조조정을 하는데, 공단의 경우 예전부터 하던 업무는 남아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이 계속 덧붙여지는 구조이다 보니 피로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큰 위기를 겪겠다 싶어 핵심 부서 팀장 9명으로 구성된 팀을 만든 것이지요. 독수리팀 구성과 회의를 위해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가져다 써도 좋다고 했습니다. 실무를 하는 직원들의 머릿속에서 좋은 혁신 방안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 이사장은 자신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철학도 함께 밝혔다. 그는 퍼주기식 지원을 하기보다는 될성부른 중소기업들의 글로벌화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는 한편, 중소기업들이 시장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앞으로 중진공과 중소기업 정책의 변화상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대기업 중심이라는 한계점이 있지만 중소기업이 그런 구조에만 안주하면 동물원에 갇히는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시장 개척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곳들이 많아요. 마케팅을 상술로만 생각하고 대기업이 광고와 판촉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킨다고 주장하지요. 하지만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마케팅입니다. 지금 대다수 중소기업에 부족한 것은 마케팅을 뒷받침하는 인력과 자금입니다. 앞으로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벌일 때 마케팅의 성과에서 나타나는 자생력을 강조하려고 해요. 중진공 각 사업부서의 평가에도 반영하고 이런 철학이 실제 정책에 반영된다면 강한 중소기업이 더 많이 탄생하고 그만큼 우리 경제의 구조는 탄탄해질 것입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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