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만의 싱글 비결은… 끝없는 연습, 그리고 이미지 트레이닝.”
아마추어 골퍼의 궁극적 목표는 대부분 ‘싱글’ 플레이어가 되는 게 아닐까. 한 자릿수 핸디캡이야말로 투어 프로가 시즌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만큼이나 아마추어에겐 꿈같은 일일 것이다.
정충기(48) 드림성모안과병원장은 이미 10년 전에 싱글의 경지에 올랐다. 지난 2005년 7월 경기 이천 비에이비스타골프장에서 76타를 쳐 생애 첫 싱글을 기록했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의 일이었다. 주변 지인들은 짧은 시간에 몰라보게 실력이 향상된 정 원장을 시샘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비결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끊임없는 노력. 2002년 서울 명동에 병원을 개업했을 때만 해도 골프는 그에게 수동적인 스포츠였다. 지인이 초대하면 따라가는 식이고, 그나마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2년 뒤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연습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주변에 골프 잘 치는 지인들에게 적잖이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기가 생겼다. 내친김에 가톨릭의대 선후배들로 구성된 ‘골목회’(골프 목요일 모임)에도 가입했다.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 목요일 오전에 필드에 나가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동시에 티칭프로에게 강습을 받으며 폼을 교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움이 됐던 건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다. 실전도 실전이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연습시간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대신했다. 마치 당구대 위의 스리쿠션 궤적을 그리듯 머릿속에서 볼의 탄도를 그려보고 티샷 스윙을 상상했다.
“내 경우엔 이미지 트레이닝이 훨씬 효과가 컸다. 첫 싱글을 기록한 날도 실은 골프화를 집에 두고 올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골프장에서 골프화를 빌려서 라운드를 했다. 하지만 이미지 트레이닝만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게 싱글로 연결됐다.”
최고 성적은 3년 전에 기록했다. 2012년 경기 용인 지산골프장에서 2언더파를 적어냈다. “프로 선수가 우승한 것처럼 기뻤다. 그날 지인들에게 오랜만에 원없이 한턱 쐈다.”
싱글로 가기 전 90대 벽을 깼던 날도 기억이 생생하다. 2004년 경기 남양주 양주골프장에서 89타를 쳤다.
“약속 장소를 잘못 아는 바람에 헤맸던 날이다. 티샷 1분 전에 간신히 도착해 허겁지겁 티샷을 쳤는데 좋은 기록을 냈다. 역시 그때도 이미지 트레이닝은 계속했던 것 같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 중의 하나가 골프에 빠진 나머지 가족을 소홀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지나친 ‘나홀로’ 골프로 주말 골퍼들은 종종 가족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부부동반 라운드로 부인 이현주(43) 씨의 지지를 얻어냈다. 치열한 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이 싱글 플레이의 원동력이었다면 부인 이 씨의 내조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됐다.
이 씨의 골프 실력은 80대 후반 정도. 둘 다 초보였던 시절에는 ‘트리플 보기’ 커플이었지만 이제는 부부동반 라운드에 처음 나온 친구들을 배려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3년 전에 부부동반 라운드를 갔을 때다. 마지막 홀 직전까지 ‘노보기’ 플레이로 진기록을 세울 뻔했다. 그러나 마지막 홀에서 ‘양파’(더블파)를 치면서 망쳤다. 그래도 아내와의 시간이 보람 있었다. 서로 같이 하니까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골프에 대한 정 원장의 진지한 태도는 그가 평소 환자들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엿보인다. 정 원장은 수술받은 환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안부를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의답게 정 원장은 골프장에서의 안전사고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본인에겐 너그러우면서 상대방에게는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는 플레이, 안전을 등한시하는 플레이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행지에서 골프를 치다가 카트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카트를 운전하다가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주의를 게을리한 탓이다. 안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티박스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연습 스윙을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니 가급적 피해야 한다.”
정 원장은 골프에서 새삼 인생을 배우고 있다. 18홀이 마치 한 토막의 인생 파노라마 같다. 마지막 홀까지 가기 위해 매 홀마다 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또 어떤 홀에서는 실수하고 어떤 홀에서는 만회할 수도 있는 게 고단한 인생 여정과 비슷하다. “골프는 4명이 한 팀이 되는 인간관계 속에 서로 대화하면서 밀고당기며 앞으로 나가는데 그게 인생을 닮았다. 인생에 동반자가 필요하듯이 4명이 같이 가야 재미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건 역시 부인할 수 없는 단점이다. 하하.”
글·사진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 정충기에게 골프란 = 이제 스코어보다는 ‘평생 골프’를 하고 싶다. 사람들과 같이 걷고 어울리는 게 즐겁고 짜릿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정성을 다하면 신뢰관계가 쌓이듯이 오랫동안 즐겁게 골프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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