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 / 산림청장

오는 10월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는 산림청이 주관하는 제6차 세계산불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산불 예방과 진화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내국인 2000명을 포함해 80개국 3000여 명의 전문가, 관계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각국의 관계자들이 방한(訪韓)하게 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우리나라의 산과 도시를 아름답게 꾸며 주고 있는 숲일 것이다. 대형 산불로 얼룩진 훼손된 숲을 보여줄 수는 없다.

해방 이후 우리 산림은 황폐화가 극에 달했다. 산은 나무가 없는,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불모지였다. 1973년부터 20년간 치산녹화 계획을 수립해 총력 추진한 결과 목표를 5년이나 앞당겨 1987년에 국토녹화를 끝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우리나라를 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인정했다. 현재의 울창한 산림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대통령에서부터 일선의 정책 담당자와 국민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정성이 합쳐져 오늘과 같은 울창한 숲을 가지게 됐다. 숲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울창하게 관리해 온 선배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산불로부터 푸른 산을 지키는 일이다.

식목일은 나무를 심는 날이지만, 한편으로는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날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4월 5일 식목일과 청명·한식을 전후해 최근 10년간 연평균 20건, 183㏊에 산불이 발생했다. 2002년 식목일에는 하루에 무려 63건의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손실이다. 지난 2000년, 무려 2만4000여㏊에 이르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어 단군 이래 최대 산불로 불리는 동해안 산불, 2005년 낙산사를 전소시키면서 국민의 가슴까지 불태웠던 양양산불도 모두 식목일과 청명·한식 전후로 발생했다.

또한, 최근 10년간 30㏊ 이상 규모의 대형 산불은 모두 48건이 발생, 전체 산불 피해 면적의 68%를 차지했다. 전국에 걸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산림 헬기 등 진화 자원이 부족해 대형 산불로 확산될 위험성이 크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발생한 산불 피해지를 복구하는 데는 최소 5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특히 4월의 동해안 지역은 건조하고 강한 바람으로 산불이 쉽게 번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백두대간을 넘는 건조한 편서풍의 영향으로 산불에 취약한 시기다. 더욱이 올 들어 강원·경북 동해안의 경우 42년 만에 최악의 낮은 강수량 등 유례없는 극심한 겨울 가뭄 탓에 산불 위험 또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2월 8일 강원 삼척, 2월 20일 강원 정선 산불은 전 행정력을 동원했으나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인해 완전 진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또 다른 산불의 주요 원인은 우리들의 무관심이다. 산불은 논·밭두렁 또는 쓰레기를 태우다가, 무심코 버린 담뱃불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 492건 중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이 165건으로 34%를 차지했다. 지난 2월 23일 산림청과 농촌진흥청 두 기관은 서로 손을 맞잡고 소각 산불로부터 국민 안전을 위해 총력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산불을 내는 경우에는 엄한 벌을 받는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 소유의 산림 등에 불을 지른 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소각으로 인한 실수로 산불을 내는 경우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올해 식목일(청명·한식)에는 불 사용을 금지한 조상의 지혜를 되새겨 단 한 건의 산불도 발생하지 않는 기록을 세워 보기를 소망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