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31일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지만(왼쪽 사진) 곧바로 바닥에 깔려 선수들의 ‘멍석말이’(오른쪽 )를 당하고 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31일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지만(왼쪽 사진) 곧바로 바닥에 깔려 선수들의 ‘멍석말이’(오른쪽 )를 당하고 있다.
김사니· 데스티니에 강훈련… 딸 돌잔치 등 ‘작은 배려’도“‘한 성질’하는 놈 셋이 만나 잘 헤쳐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31일 NH농협 2014∼2015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한 이정철(55) IBK 기업은행 감독은 이번 시즌을 돌아보며 이런 말을 꺼냈다. 도로공사를 상대로 3-0 완승을 하며 챔피언결정전 사상 첫 ‘무패우승’을 달성했지만, 그동안 ‘한 성질’ 있는 주전 세터 김사니(34)와 외국인 오른쪽 공격수 데스티니 후커(28)를 조련해왔던 자신만의 고충을 토로한 것. 데스티니는 팀 내 최다득점을 올린 ‘주포’이고, 김사니는 물오른 토스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이 감독은 “둘 다 이름값에 맞는 활약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김사니는 부상으로 해외무대에서 실패한 뒤 돌아왔고, 데스티니는 출산으로 오랜 기간 경기를 쉬어 둘 다 제 기량을 보여줄지에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특유의 ‘밀당’을 통해 예민하면서도 성질이 불같은 두 선수를 휘어잡고 제 기량을 끌어냈다. 이 감독은 “자기들이 ‘한 성질’ 하면 나는 ‘두세 성질’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중반의 ‘노장’이 된 김사니에게 젊은 선수 못지않은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시켰다. “야생마 같다”고 평가했던 데스티니에게는 “네 성격이 그러니 미국 대표팀에서 뽑지 않는 거다” “이미지와 실력 모두 내가 다 바꿔 유럽리그로 보내주겠다”고 자극했다.

‘당근’도 제시했다. 데스티니의 딸 키타니의 돌잔치를 성대하게 치러주거나, 김사니에게는 유일하게 숙소 내 엘리베이터 사용을 허가하는 등의 ‘작은 배려’를 했다. 사소한 듯 보였어도 정신과 육체의 피로를 풀어주는 보약이었다.

우승을 확정한 뒤 자신이 다그쳐왔던 선수들에게 ‘멍석말이’를 당해 사정없이 밟혔던 이 감독은 “성장해준 선수들을 보면 뿌듯하고, 안마 받듯 시원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목표가 달성됐고 선수들도 성장한 만큼 이제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선수들은 이를 믿지 않는 것 같았다. 바로 이날 밤 열린 축하연에서 이 감독은 “그동안 수고했다. 오늘 푹 쉬고 내일부터는 다시 3번째 우승을 위해 훈련하자”고 건배사를 해 선수들을 긴장시켰다.

화성=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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