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61·사진) . 그는 요즘 ‘2015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SSF 산파 역인 그는 올해도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올 SSF는 오는 27일부터 5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체임버홀 등에서 열린다.
지난 3월 31일 강 감독을 만나기 위해 서울 신촌의 연세대 음대를 찾았다. 그는 2003년부터 이 학교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봄기운이 화사한 음대 캠퍼스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동료와 새새대며 웃음 짓는 음악도들의 모습이 싱그러웠다. 젊은 학생들과 어울려서일까, 이순(耳順)을 넘긴 그의 얼굴은 여전히 동안이었다. 그는 8세 때 첫 연주회를 한 이후 10대 시절에 국내외 각종 콩쿠르를 석권하고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명성을 떨쳤다. ‘바이올린 신동(神童)’이라는 별칭이 그에게 늘 따라붙었던 게 떠올랐다.
“허허, 음악 신동이라고 하려면 모차르트 정도 돼야지…. 어린 사람에게 재능이 보이면 주변에서 신동이라고 쉽게들 말하는데, 듣기 좋은 소리이지만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10년, 20년 후에도 예술가로서 자기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신동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어렸을 때 기본기를 제대로 익혀야 합니다.”
그는 음대 교수로 후학을 가르치면서 이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런데 교직에 있는 것이 연주가로서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다양하게 인생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연주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가 SSF의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짠다는 것은 음악계에 유명한 이야기다. “지난 9년 동안 축제에서 500여 곡을 연주했는데, 모두 직접 선곡했습니다. 유튜브, CD 등에서 찾기도 하는데, 제가 모르는 곡은 자세히 들어봅니다. 음악적인 작업 이외에 행정적 사무를 처리하는 것도 많지요.”
그는 방금 축제 사무국으로부터 받았다는 리허설 스케줄표를 보여줬다. 이 표를 보고, 연주 일정이 차질 없도록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이 그의 일이란다. “너무 힘들다”고 했으나, 그의 말에 자랑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렵게 프로그래밍한 연주를 축제 현장에서 들으면 보람을 느끼지요. 공연을 한 외국 유명 연주자들이 음악적으로 만족했다는 반응을 보일 때 기분이 좋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은 다른 나라에도 이런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는 소수 인원으로 협주하는 실내악이 독주와 오케스트라의 좋은 것을 모두 전하는 장점이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은 “실내악이 우리 국민 문화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으로 이어진다. 이 소망이 서울문화재단과 일부 기업의 지원을 만나 SSF를 10년간 유지시켜 왔다.
“실내악 축제를 10년간 지속한 것은 우리 문화계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올해 오히려 재정 지원이 줄어서 아쉽습니다. 연주자들에게 보수를 제대로 치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운영 자체가 힘들어졌어요. 서울시뿐만 아니라 문화에 관심 있는 기업 등의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재정 문제에도 불구하고 SSF를 충실하게 치르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올해의 주제는 ‘10 Ten’. 지난 10년간 축제에 꾸준히 참여해온 국내외 연주자들을 다시 한 번 불러 멋진 앙상블을 선사한다는 뜻이다.
“올해는 하이라이트 모음 같은 축제입니다. 관객들께서 각자 취향대로 골라서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피아니스트로 신수정·최희연·김영호·유영욱·조재혁 등이 출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로는 강 감독을 포함해 이경선·권혁주·조진주·김소옥 등이 무대에 선다. 첼리스트로는 양성원·조영창·송영훈, 비올리스트는 최은식·김상진, 플루티스트는 최나경·윤혜리 등이 참여한다. 또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유럽 무대 등에서 인정받은 실력을 선보인다. 해외 연주자로는 오귀스탱 뒤메이(바이올린), 피어스 레인, 제레미 메뉴힌(이상 피아노), 피터 브룬스(첼로) 등을 만날 수 있다. 세부 일정은 SSF 홈페이지(www.seoulspring.org )에서 확인하면 된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사진=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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