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모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은 결국 활동 마감 시한인 지난 3월 31일을 넘겨버렸다. 아직도 1~2주간 더 논의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타협안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23일 노사정위특위에서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에 관해 합의했다. 그 첫째 원칙은 ‘노사정은 동반자적 입장에서 장기적 관점과 노와 사,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시각을 가지고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노사정은 노동시장 현실에 대한 책무성을 바탕으로 향후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나누어 진다’는 것이다.

이런 총론 원칙의 약속 아래 지난 3개월간 ‘통상임금·정년제·근로시간’의 3대 현안,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강화의 3대 대분류 주제 아래 특위와 전문가 그룹에서 세부 소주제들을 논의해 왔다. 이중 사회안전망 이슈는 정부 예산 투입이 관건이지 노사 간에 쟁점이 될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니 결국 3대 과제는 2대 핵심 과제로 압축될 수 있다.

3대 현안과 관련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이 있었고, 국회에서도 이미 상당한 논의가 이뤄진 상태여서 노사정이 3대 현안의 운영 방식에 합의함으로써 인사·노무 관리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성격이 강하다. 3대 현안은 노동시장 구조 개선도 아니고 사회적 책임의 나눔과도 거리가 있다. 더욱이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시각이 녹아 있다고 볼 수는 더더욱 없다. 도리어 이 이슈가 대기업 근로자에 그 효과가 한정될 가능성이 커서 기업 규모 간 격차를 확대해 ‘공동체 시각에 입각하여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나누는 데 역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에 비해 이중구조 개선은 노동시장 유연성 내지는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것으로서, 핵심 주제가 취업 규칙 변경, 고용 해지 기준·절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대기업 인력 운용이 경직적인 상태에서 기업들은 청년들을 비정규직으로 활용할 유인을 증가시켜 청년들이 숙련 형성을 통해 정규직으로 이행하는 가교가 끊기게 한다. 이중구조가 심각한 스페인, 이탈리아의 청년고용률(2013년 기준, 15~24세)은 18%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노동 개혁에 성공한 덴마크의 53.7%, 독일의 46.8%보다 현저히 낮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바로 우리 이중구조 개선 과제가 3대 현안과 동시에 다뤄져야 애초에 합의한 두 원칙, 곧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 시각’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의 사회적 책임과 부담’ 정신이 구현되는 것이다. 만약 3대 현안과 사회안전망 강화만으로 결합하고 이중구조 개선은 중장기 과제로 넘기는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포장한다면 ‘팥소 없는 껍데기 대타협’안을 내놓아 국가 의사결정의 시간만을 지체하고 국가의 체력만 허비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을 게 자명하다.

현재 전망은 어둡지만, 아직 1주 내외의 시간은 남아 있다. 노사정은 지난해 12월 23일의 대타협 원칙 초심을 담아 이중구조 개선의 핵심 주제를 끝까지 진정성 있게 담아 주기를 바란다. 만약 조직논리, 정치논리에 밀려 이중구조 개선의 핵심을 담지 않은 채 수사학(修辭學)으로 포장하려 한다면 결국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사회적 대화는 청년·비정규직·중소기업 근로자들을 대변하지 않는 기득권 노사들의 ‘담합 잔칫상’이라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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