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것, 쓸모 있는 것은 곧 좋은 것,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공식은 사람에게도 적용돼 아이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하고, 자신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쓸모 있는 인생’이 아니면 좀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철학자 누치오 오르디네 칼라브리아대 교수는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컬처그라퍼·사진)에서 이 통념을 비틀어 다른 세계를 열어 보입니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과 쓸모 있는 것의 쓸모없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가 지배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늘리는데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는 유용성, 즉 ‘공리주의’와 ‘실용주의’ 관점에서 쓸모 있음과 없음을 구분합니다. 모든 가치는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니, 쓸모 있는 것은 당연히 비싸고 화려하고 돈만 있으면 쓸모 있는 것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바꾸는 고전의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저자는 플라톤, 하이데거, 단테, 빅토르 위고, 마르케스 등 위대한 철학자와 작가들의 작품과 성찰을 인용하며 쓸모 있다는 것의 통념을 차례차례 뒤집어 봅니다. 예를 들어 필요하지만 필수품이 된 소비재,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삶의 방식은 쓸모 있는 것의 쓸모없음입니다.

그런데 저자가 꼽은 우리 시대 쓸모없는 것에 인문지식이 들어갑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인문 관련 과들이 폐지되고 인문서는 팔리지 않으며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한 모양입니다. 저자는 사회의 ‘지배적인 유용성’은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간 활동에 영감을 주는 인문주의, 고전어 교육, 자유 탐구, 상상, 예술, 비판적 사고 등을 억압한다고, 그래서 이 야만의 시대에 ‘쓸모없는 지식의 유용성’은 ‘지배적인 유용성’과 대립한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지식 그 자체가 목적인 지식은 어떤 보상도 따르지 않지만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당연히 쓸모 있습니다. 게다가 지식과 앎은 시장 법칙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아무리 백지 수표가 있어도 앎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지식을 기계적으로 구입할 수는 없고, 내가 타인과 내 지식을 공유해도 내 정신이 빈곤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존재의 범위 안에서 오직 인간만이 쓸모없는 행동을 한다”며 ‘쓸모’ 있는 목표에 고정된 시선은 일상의 작은 기쁨과 떨리는 아름다움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주의를 줍니다. 삶의 위대함은 의외로 석양과 반짝이는 별, 관심 어린 손길, 아이의 미소 같은 작고 단순한 것에 숨어 있다는 말도 잊지 말라고 합니다. 세상이 정해준 쓸모 있는 일에 쫓겨 자기만의 쓸모 있는 일을 놓치지는 않는지요. 이번 주말엔 쓸모없는 일 좀 해보시죠.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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