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민들을 양산해내는 곳, 그게 오늘날의 대학이다.”
‘진격의 대학교’를 펴낸 오찬호(37·사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의 진단이다. 대학은 오직 ‘효율성’이란 기치 아래 진격을 거듭하고 있다. ‘돈’ 안 되는 인문·예술 분야 학과는 통폐합된다. 취업에 도움을 주지 않는 교양과목은 줄어든다. 기업 입사 요령을 전수하는 강의가 필수 학점으로 지정되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강독하는 국문학 수업마저 영어로 진행된다. 대학 스스로도 성장을 위해 기업화의 길을 걷는다. 어느새 대학 캠퍼스 곳곳엔 프랜차이즈 상점과 민자 기숙사가 즐비하다. 기부금을 낸 기업가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고, 기금을 많이 유치한 총장을 최고로 여긴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은 ‘취업 특급 열차’라는 경영 관련 학회에 들어가기 위해 목을 맨다.
오 연구원은 앞서 2013년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로 학벌 서열을 당연시하고 개인 성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20대의 황폐한 내면과 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적 구조를 지적했다. 당시 책은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1만5000만 권이 팔리며 화제를 끌었다. 그는 이후 세대 갈등에 대한 책을 집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8년간 전국 11개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취업의 전초기지’, ‘또 하나의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대학의 문제를 짚는 것이 우선한다고 판단해 방향을 급선회했다. 그는 “10년 동안의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의 기업화는 정점에 오른 상황”이라며 “더 이상 변화가 진행되면 대학이 원래 그런 곳인 양 여기는 풍조가 생겨버릴 것만 같았다”고 했다.
오 연구원은 동료 강사와 학생들로부터 사례를 취합해 이를 ‘진격대’와 ‘진격대 지방캠퍼스’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재현해 놓았다. 직접 경험한 현장을 르포 형식으로 그대로 묘사하는 인류학적 기술 방식이다. 그는 “시대의 변화 속에 은폐한,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사례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책에는 양복에 어울리는 넥타이와 자기소개서에 쓰기 적절한 책 종류를 가르치는 신입생 필수 수강 강의, 경영학을 이중 전공하면 취업시장에서 인문학을 겸비한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며 학생을 유치하는 사학과 교수, 내부고발자를 이미지 실추라는 명목으로 해고하는 대학 등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펼쳐진다.
그는 이 같은 사례에 사회학적 분석을 더해 ‘호모 맥도날드’라는 개념을 불러냈다. “맥도날드는 고객에게 빠르게 햄버거를 제공하기 위한 표준화된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목표는 최대의 이윤 창출이죠. 대학도 다르지 않습니다. 재학생의 취업, 학교의 성장을 위해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똑같은 학생들을 만들어냅니다. 효율적이지 않은 것은 ‘나쁜 것’이 됩니다. 졸업한 학생들은 ‘호모 맥도날드’로 거듭나 사회에서 이 체제를 견고히 하는 데 각자의 역할을 합니다.”
오 연구원은 특히 삼성의 ‘총장 추천 할당제’ 얘기를 꺼냈다. 지난해 삼성은 성균관대 115명, 한양대·서울대 110명, 부산대 90명 등 총장이 추천한 학생의 입사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전형을 도입하려 했지만, 강한 사회적 반발로 백지화했다. 그는 “기금 마련을 위해 기업의 눈치를 보는 대학이 이 제도로 인해 삼성에 더 ‘을’이 될 게 뻔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학생이 비판은커녕 ‘왜 우리 대학에 할당된 숫자가 더 적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이런 연유에서 최근 부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서도 달갑지 않아 했다. 동등한 위치에서의 융합이 아닌, 시장에서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한 보조적 도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인문학의 핵심은 인간을 해롭게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지만, 지금은 그저 휴머니즘 정도로 쓰이는 것 같다”고 했다.
오 연구원은 대학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1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모든 국민이 아파하고 근본적 변화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결국 얼마 안 가 민생 현안에 이슈가 밀리고 말았죠. 이 때 사회 변화에 막중한 임무를 가진 대학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대학에서 효율성의 가치로 무장하고 사회에 나온 ‘호모 맥도날드’들을 상상해 보세요. 우리 이웃이 될 것이고, 아이의 교사가 될 수 있고, 장관 또는 대통령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하는 우리 미래는 과연 행복할까요.”
책의 첫 페이지에는 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제니퍼 워시번의 글귀가 쓰여 있다. “대학은 시장의 편협한 명령에 항복하도록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공적 기관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사진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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