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는 독재자들의 ‘적’ 아닌 ‘친구’
WP는 “SNS는 최근 혁명의 도구보다는 영리한 독재자들의 체제 유지 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가 인용한 논문은 러시아와 중국, 중동 국가들의 ‘독재 정권’ 지도자들이 SNS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독재자들의 SNS 활용법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 이에 따르면 독재 지도자들은 SNS를 단순히 검열하거나, 정보의 흐름을 탄압하던 초반의 모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SNS를 체제 안정성을 높이거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선 독재 지도자들은 SNS를 ‘민심 돋보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주로 러시아, 중동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 활용 방식이라고 WP는 전했다. SNS에 올라오는 개인들의 소소한 불만과 고충, 혹은 그들이 좋아하는 정책이나 요구 사항 등 마치 일기와 같은 게시물은 진솔한 민심을 알아볼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있다.
WP는 “독재 지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조용한 고통’이 언제 어떤 일을 통해 ‘소리 높은 혁명’으로 변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는 점”이라며 “독재 정권 아래 있는 국민들은 본질적으로 정부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의견을 위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SNS를 러시아 민심을 파악할 일종의 설문 조사의 ‘표본 집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재 지도자는 SNS를 통해 국민들의 진실한 의견을 파악해 잠재적 소요 사태에 대한 가능성이나 시기 등을 예측하고, 미리 방비 태세를 갖출 수 있다.
중앙 정부 대신 지방 정부를 ‘감시’하는 것도 SNS를 통한 독재 정권의 체제 유지 방법이다.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도 비리가 있는 지방 공직자를 가려내는 데 해당 지역 주민의 SNS 게시글이 근거가 된 경우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중앙 정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책임은 다하지 않고 호화롭게 사는 ‘무능한’ 지방 공직자들은 그간 중앙 정부의 눈을 피할 수 있었지만, SNS가 활성화하면서 눈치를 보게 되기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중앙 정부의 통제 능력이 강화될수록,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도 쉬워진다. 중국 디지털타임스 편집장인 시아오 창은 “SNS상에서 발생하는 ‘격노’만이 중앙 정부가 지역 공직자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정직한 피드백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SNS, 민주주의에 ‘장기적 골칫거리’
독재 지도자들은 SNS를 통해 야당 지도자나 시민 단체에서 하듯, 자신들의 체제 옹호자를 규합하기 시작했다. 중동이나 러시아, 중국 모두 군대나 기업 엘리트 등 전통적인 독재 정권의 지지층뿐만 아니라 애국심이나 이데올로기를 강조해 일반 국민 중에서도 체제 옹호자를 모으거나 양성하고 있다.
WP는 “러시아나 중국에 있는 정부 옹호자들은 정권에서 만들어낸 유령이나 인공물이 아니다”며 “반서구 이데올로기나 경제 정책, 민족주의 등을 SNS를 통해 퍼트리면서 만들어낸 실체가 있는 진짜들”이라고 보도했다. 2010년 푸틴 대통령은 인터넷을 “상당수의 지지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자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체제 옹호자를 손쉽게 모을 수 있게 된 만큼, 독재 정권은 주요 공공 담화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WP는 “독재 지도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슈를 만들어낸 뒤 SNS를 통해 퍼트리면서 마치 그것이 민심인 양 조작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3년 러시아 정부는 소위 ‘인터넷 괴물 공장(Internet troll factory)’을 설립, 하루에만 100개 이상의 게시글을 올렸다.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은 푸틴 대통령 지지자임을 밝히지 않은 채 미국 등 서구 국가를 비판하거나 야당 지도자들을 비난하는 게시글을 끊임없이 올렸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를 통해 토론토대 연구진은 ‘SNS가 미래의 민주주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우선 SNS를 활용한 적극적인 시민운동이 즉각적으로 혁명을 앞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없다”고 밝혔다. SNS의 확산은 이제 독재 정권의 체제 유지가 더욱 쉬워졌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WP는 “표현의 자유 반대 개념이 검열이나 정보 탄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SNS를 이용한 교묘한 현혹과 조종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독재 정권이나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SNS가 ‘얕은 민주주의’만 구현하는 데서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NS를 통해 대중이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니 마치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지만, 정작 다뤄져야 할 이슈들은 조작된 SNS 여론에 가려 관심과 흥미를 잃게 된다는 이야기다. 연구진은 중국을 예로 들어, 현재 지방의 부패 공직자들을 처벌하며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이슈에 현혹돼 정작 실현돼야 할 근본적인 민주주의 개혁은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독재 지도자들이 점점 SNS를 ‘적’이 아니라 ‘친구’로 여길수록, 미래의 민주주의에 장기적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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