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취향최신 유행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묻는다면 단연 패션회사의 로비를 꼽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민감하게 트렌드에 반응해야 하는 패션 회사 직원들은 재미있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자신에게 먼저 적용합니다. 1년을 앞서 기획을 하는 패션 회사의 특성상, 예상되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으니까요.

올해 들어 ‘옷 좀 입는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통이 넓고 기장이 짧은 와이드 팬츠, 그리고 1980년대 유행 스타일을 재현한 복고풍 스니커즈 역시, 패션 회사 직원들 사이에선 지난해에도 볼 수 있었던 차림입니다. 돌고 도는 게 유행이라지만 누군가는 그 흐름을 잡고 현재에 맞게 적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패션 회사 직원 모두가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닙니다.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더 깊이 있게 연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더블 브레스티드(앞 여밈을 깊게 하고, 두 줄의 단추를 달아 여미는 재킷) 슈트에 빳빳하게 다린 셔츠, 매듭의 볼륨감이 돋보이는 넥타이, 얼굴이 비칠 것 같이 깨끗한 구두, 포마드를 발라 정갈하게 빗어 넘긴 머리…. 이렇게 완벽한 ‘신사’의 모습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콜린 퍼스의 슈트가 화제가 된 영화 ‘킹스맨’이 개봉하기 훨씬 전부터 말이죠. 편안한 비즈니스 캐주얼이 대세라지만, 그는 이 ‘클래식’한 차림으로 출퇴근을 즐깁니다.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부서도 있습니다. 매일 일상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디자인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고민하는 거지요. 신입 사원부터 나이 지긋한 부장님까지 등산복 차림으로 사무실 안팎을 오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일입니다.

혹자는 직장 스트레스를 덜어내기 위해 “퇴근 시 모든 업무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 나가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패션 회사 직원에겐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내려놓으려고 해도 옷이 몸에 착 달라붙어 끝까지 따라오니까요.

저와 제 동료들은 일상과 업무의 경계를 ‘재미’로 연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직접 해보고, 입어보고, 경험합니다. 쉽게 구하기 힘든 브랜드나 희귀한 스타일의 아이템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적용된 제품들을 먼저 써보는 거죠. 바로 이게, 자연스럽게 패션회사 사람들의 평소 패션이 되고, 또 지금 여러분이 입고 있는 옷 한 벌이 됩니다.

지승렬 < LF 브랜드마케팅 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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