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가장 가까운 일상의 공간, 재충전의 장소다. 최근 가족이나 지인이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 얘기를 나누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 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이런 프로가 뜨는 것은, 그만큼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찾으려는 욕구가 커졌다는 뜻이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무료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여가활동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인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평일 3.6시간, 휴일 5.8시간으로 2012년의 3.3시간, 5.1시간보다 약간 늘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 대부분을 TV 시청(51.4%),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11.5%) 등의 소극적인 휴식활동(62.2%)으로 보낸다. 가족과 항상 데면데면한 실정이니 어쩌다 함께 여가를 즐기려고 해도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밖으로 돌아 쉽지가 않다.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공간인 ‘집’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공간이 된다면 어떨까. 3월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부터 시작된 ‘집들이 콘서트’는 집에서부터 문화를 즐기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행사다.
첫 ‘집콘’은 싱어송라이터인 조규찬-해이 씨 부부 집에서 열렸다. 조규찬-해이 씨는 영화 ‘원스’ 수록곡 등을 선보였으며, 집을 방문한 가수 김광진 씨와 장광효 디자이너는 편안한 모습으로 음악에 빠져들었다.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거창한 공연장이 아닌 거실에 둘러앉아 공연하는 모습은, 소박했지만 오히려 새로웠다. 문화예술이 특별한 장소에서만 즐기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만끽할 수 있는 것임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퇴근 후에 또는 은퇴 후에 색소폰이나 기타 등 예전에 배우고 싶었던 악기를 잡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좀 쑥스럽겠지만 가족들 앞에서 작은 공연을 열어보기를 제안한다.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가족은 같이 참여하고, 모르는 가족은 노래를 부르거나 박수를 치면 된다. 가족과 영화 한 편만 같이 봐도 나눌 이야기가 생기고 대화가 풍성해지는데, 하물며 직접 연주하는 공연이야 말할 것도 없다. ‘집콘’에 참여한 가수 조규찬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기억이 지금도 힘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꼽았다.
필자도 단소를 잠깐 배웠던 경험을 살려, 잘하지는 못하지만 가족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합주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문화생활을 잘했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영화나 공연, 전시를 보고 올 때면 하는 말이다. 영화처럼 대중화된 분야도 있지만, 문화예술은 대다수 사람에게 여전히 어렵고 멀다.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공연장이나 전시장에 가야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속에 문화예술이 녹아 있는 문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일상과 문화가 분리돼 있다. 문화예술로 이름난 유럽의 도시를 걷다 보면, 도시 곳곳에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이 공연장이나 전시장뿐만 아니라, 광장이나 노천카페, 음식점처럼 일상 속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악기 하나쯤은 남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다루고, 아예 가족 단위로 합주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도 비록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상을 문화로 채워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매일매일이 ‘문화가 있는 날’ ‘문화가 있는 삶’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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