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2일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핵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2일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핵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과 관련한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역사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과 관련한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역사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美 과감한 결단중동 우방국 다독이기 숙제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직후인 2일 오후 2시 25분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의 로즈가든에 모습을 나타냈다. 군청색 정장에 은회색 넥타이를 맨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를 위한 틀을 만들어냈고, 이것은 좋은 합의다(It’s a good deal)”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소는 없었지만 표정은 단호했다.

이란 핵협상 타결로 집권 2기 임기 말에 들어간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안보 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집권 1기 때인 2011년 12월에는 중국과 북한에 밀착됐던 미얀마를 떼어내 관계정상화를 이루면서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의 기반을 닦았다. 이어 집권 2기 들어 지난해 12월에는 53년 동안 미국의 골치를 아프게 했던 쿠바와 국교정상화 추진을 전격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중남미, 중동에서 미국의 해묵은 외교 안보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는 로즈가든에서 “역사적인 합의”라는 표현으로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6월 ‘카이로 선언’을 통해 새로운 화해의 시대를 선언했다. 그리고 지금 세계를 향해 던진 어젠다를 하나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식시키고,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지상전 파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한적 공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핵협상은 ‘군사적 해법보다는 외교적 해결책이 최선’이라는 그의 신념을 확인한 자리였다. 임기를 21개월 남겨놓은 그는 또 하나의 ‘오바마 레거시(유산)’를 만들게 됐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시대로 나가는 문을 열어젖힌 대통령으로 기록되려면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특히 협상 결과에 회의감을 갖고 있는 중동의 우방국들을 다독여 나가야 한다.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과의 핵협상을 불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란 핵협상을 ‘나쁜 협상’으로 여기는 공화당을 설득해야 한다. 이날 공화당의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로즈가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가 더욱 안전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그는 ‘세계를 치명적으로 위험에 빠뜨린’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이란이 북한식 비밀 핵개발에 나서면 중동 전체로 핵확산 도미노가 번지는 사태도 배제하지 못한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전례 없는 검증을 토대로 하고 있다”며 “이란이 만약 속이려고 한다면, 세계는 그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이 “오바마 대통령이 걸프협력협의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정상들을 이번 봄에 메릴랜드주의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도 중동 우방국들을 안심시키려는 행보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이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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