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근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근대의 대중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노동력과 소비자이자 ‘인민 주권’에 바탕을 둔 정치 이념의 핵심이었으며, 높은 존재에게 무작정 복종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체제를 만들 힘을 지닌 권력이기도 했다. 이 같은 인식에 기초해 스탠퍼드 인문학 연구소는 지난 2000년부터 18세기 혁명들과 현대 사이에 존재한 근대적 대중의 문화적·사회적·역사적 측면을 추적하는 ‘대중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이 책은 그 같은 ‘협동적 인문학’ 연구의 결과물이다.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등 여러 분야 연구자 16명이 참여해 근대부터 현재까지 대중의 주요 역할을 다층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속에서 대중은 계급, 연령, 성별, 인종, 국적 등이 혼합된 집합체로 등장하며 근대 예술, 시장, 스포츠, 대중매체 등에서도 중요한 존재로 부상한다. 책에 수록된 16편의 글은 각 주제와 관련된 대중 이론을 토대로 쓰였다. 멀게는 고대 로마의 사상가 세네카부터 르네상스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의 대중 인식, ‘군중심리학’을 개척한 귀스타브 르 봉, 정치와 대중의 본질을 파고든 해나 아렌트까지 다채로운 대중 이론의 ‘계보학’이 잘 정리돼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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