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엔 주가연계증권 인기
중산층도 투자상품 문의 늘어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금융 자산의 수익률이 급격히 둔화되자 은행들의 정기예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예·적금을 통해 목돈 만들기에 나섰던 주부·월급쟁이 등 중산·서민층뿐만 아니라 고액 자산가들도 정기예금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은행예금 이탈이 가속화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정기예금 이탈 속도가 여타 금융상품 수신 이탈 속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한국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기예금 수신 잔액은 지난 1∼2월 두 달 동안 12조5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사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과 달리 만기에 약속한 이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저금리 기조에 장점으로 작용한 탓인지 수신 자금이 11조 원 늘었다.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나 신종펀드, 채권형 펀드에도 각각 17조4000억 원, 5조6000억 원, 4조60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은행권 정기예금 이탈은 특정 계층을 넘어 보편적인 계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신한은행 PWM 센터에서 만난 고액 자산가들도 10명 중 3∼4명은 정기예금이 아닌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었다.
이종은(여·45) 신한은행 도곡 PWM 센터 차장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정기 예·적금을 활용해 유동성 확보 및 자산 증식에 나섰던 자산가들도 투자 대안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최근 상품 구조에 따라 일정 범위까지 수익 또는 원금이 보장되는 ELS(주가연계증권)나 ELF(주가연계펀드) 등 ‘구조화 상품’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설명했다.
구조화 상품은 최초 납부금액에 따라 가입할 수 있는 상품군이 분류되는데 1억 원, 10억 원, 50억 원, 100억 원 등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에서 지난 한 달 사이 구조화 상품에 모인 금액은 100억 원으로 전달과 비교해 2배가 늘었다. 이 차장은 “부동산 매수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매도세가 강했던 분위기와 달리 최근에는 매수와 매도가 반반 가까이 진행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 정기예금에 등을 돌리는 것은 중산·서민층도 마찬가지다. 예·적금을 활용해 목돈 모으기에 나섰던 직장 생활 5년 차 민모(31) 씨는 “1%대 초저금리로는 자산 불리기가 쉽지 않아 펀드나 주식 등 다른 상품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씨 같은 예·적금보다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이나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상품 등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시중은행의 창구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예·적금, 보험, 펀드 중심의 영업을 했던 은행은 최근 ELS 등 투자상품과 연금상품 권유를 더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예·적금 신상품을 당분간 내놓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개인 예금 이탈이 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연구소 관계자는 “은행에 쌓아놓는 가계 예금은 기업이 외채에 기대지 않고 투자와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인데 예금 이탈은 경제활동의 적극성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보수적인 영업 환경에 걸맞은 은행이 나서 중 위험군의 투자 상품을 권하는 일도 리스크(위험)를 더욱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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