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초 중동 4개국 순방을 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이미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찾아 방한하는 중동 기업들이 적지 않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외교부와 경제 5단체가 우리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으로 ‘재외공관장 초청 1:1 상담회’를 열었다. 전 세계 139명의 대사, 총영사 등 재외공관장이 모인 자리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관심을 끈 곳이 바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4개국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부남 주(駐)쿠웨이트 대사(이하 신 대사), 김진수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김 대사), 권해룡 주아랍에미리트(UAE) 대사(권 대사), 박흥경 주카타르 대사(박 대사) 등 중동 4개국 대사와 함께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김 부회장)을 초청해 새로운 중동 붐의 현상과 특징,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부남 주쿠웨이트 대사
김진수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권해룡 주아랍에미리트(UAE) 대사
박흥경 주카타르 대사 등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진행 : 박선호 경제산업부 차장
― 박 대통령의 순방 이후 중동 4개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 부회장 = 새로운 중동 붐이 일고 있다. 과거 중동의 건설 붐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번의 중동 붐은 다시 한 번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대사 = 사우디만 해도 1962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평화통일 정책 등 우리 입장을 적극 지지해온 주요 우방이다. 경제적으로도 지난 2014년 우리가 사우디로부터 367억2000만 달러를 수입했고 82억8000만 달러를 수출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4개국 모두 주요 산유국으로 지역 일대에서 경제적 역할이 크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 4개국은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각국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4개국에서 인정을 받으면 바로 중동의 다른 국가들은 물론 아프리카 대륙까지 연결된다.
△신 대사 = 쿠웨이트는 걸프 지역의 대표적인 석유 부국이다. 1980년대 이전 세대라면 드라마 속의 인물 ‘쿠웨이트 박’을 기억할 것이다. 쿠웨이트 박은 지난 1989년 KBS 드라마 ‘왕릉일가’에 나온 인물이다. 중동 건설현장에 장기간 근무했던 제1 중동 붐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 정도로 우리와 가까웠다.
―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순방 및 경제사절단의 경제외교 성과가 어떠했나.
△신 대사 = 전통적인 협력관계에서 지속적, 포괄적, 호혜 파트너 관계로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판단한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의료보건, 신도시 개발, 철도 등 교통물류시스템의 운영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합작투자사업추진 등으로 협력분야가 다변화되고 심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 대사 = 여기서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있다. 과거 중동 붐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건설 붐이었다면 이번 중동 교류의 방점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교류에 있다. 원자력 공동 투자도 그렇고 특히 의료 분야의 교역이 그렇다. 우리의 우수한 인력들이 가서 기술을 전수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식이다. 과거 교류가 ‘블루’였다면 지금의 교류는 ‘화이트’인 것이다.
△김 부회장 =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의 협력을 위해 우리 젊은 기술진이 많이 중동에 들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 현지정부나 언론에서의 평가는.
△김 대사 = 사우디 내각은 정상방문 행사 종료 후 지난 3월 9일 살만 국왕 주재로 개최한 각료회의에서 정상외교에 대해 만족스러우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 언론도 기존 다른 정상방문보다 더욱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박 대사 = 주재국 언론들은 우리 대통령의 방문 기간 중 방문 일정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실질적 협력 관계의 단계로 진입하였다고 평했다.
― 박 대통령 순방과 경제사절단 활동 중에 각국의 예우가 각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대사 = 사우디 무끄린 제1 왕세제 접견 때 예정에 없던 4개 경제부처 장관이 동행했다. 사우디가 이번 방문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보여준다. 사우디 측 제안으로 일정에 없던 국립박물관도 전격 방문했다.
△신 대사 = 쿠웨이트 국왕은 박 대통령과 한국대표단의 공항 환송식 참석을 위해 3월 3일 오전에 예정돼 있던 국립쿠웨이트대 졸업식을 전격적으로 하루 뒤로 미뤘다. 그 정도로 모든 절차에서 쿠웨이트 정부가 우리와의 관계를 크게 중요시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 최근 우리 기업들에 기회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 특기할만한 정치, 경제적 상황이나 국가발전 전략 등의 변화가 있었는가.
△박 대사 = 최근 중동 여러 국가는 계속되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많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취소되고 있다. 중동 4개국은 그나마 그동안 고유가 시절 벌어놓은 돈이 많은 나라다. 이들 중동 4개국은 석유 시대 이후, 즉 포스트 오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것들이 우리 기업들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카타르는 2022년 FIFA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카타르 철도발전 프로그램(QRDP)을 수립하여 카타르 전역과 인근 국가를 연결하는 장거리 철도(150억 달러) 등 교통 및 물류 인프라 개선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카타르는 급격한 도시성장에 대비하여 하수분야 등 기본 인프라 구축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권 대사 = UAE는 아프리카·중동 진출의 교두보이자 ‘허브’ 국가로 중동지역 국제 금융·물류·비즈니스·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이미 적지 않은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김 대사 = 사우디 정부는 철도 등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프로젝트는 규모도 클 뿐 아니라 향후 후속 사업과 기타 중동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파급효과도 크다. 올해는 메카메트로(80억 달러 규모), 제다메트로(95억 달러 규모), 랜드브리지 철도(70억 달러 규모) 사업 등이 입찰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 중동 소비시장은 자국민을 중심으로 한 고가품시장과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중국, 인도 저가제품 시장으로 양극화됐다고 한다. 한국 소비재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펴야 하는가.
△신 대사 = 쿠웨이트 소비재 상품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자동차, 전자제품 등 위주로 진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의료기기 등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쿠웨이트의 경우에 석유자원을 토대로 자국인들은 고가 상품에 대한 높은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가제품시장을 겨냥해 문화진출을 병행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된다.
△박 대사 = 유럽의 전통 유명 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류가 퍼지고 있어서 우리 상품의 경쟁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 우리나라에서 보면 중동은 문화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중동에서 보는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서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 조언을 한다면.
△김 대사 =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은 1970∼80년대 중동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 및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책임의식과 직업윤리를 토대로 자국 내 인프라 및 산업 구축에 기여한데 대해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고 현재까지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지에서 ‘한국’ 브랜드는 ‘신뢰’를 상징할 정도 우호적인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지 진출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CSR) 활동 확대, 문화교류 강화 등을 통해 경제 분야 외 전 분야에서의 실질적인 협력관계 수립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박 대사 = 주재국민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던 우리나라는 최근 확대된 인적교류, 예컨대 카타르 스타리그(프로축구리그)에 9명의 한국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한 인적교류 및 한류 등의 영향으로 점점 친근한 이웃 국가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지속적인 교류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 중동 시장 진출 시 유의점은 무엇인지.
△김 대사 = 양국 간 문화적인 차이 탓에 중동 기업들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다른 시장에 비해 통상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우리 건설기업의 상당수가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손실을 입기도 한다. 장기적 시각에서 현지상황, 적합한 기술력 및 인력 확보방안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신 대사 = 보건의료 협력을 통한 의료서비스 협력확대, 민자사업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 석유 기술협력, 합작투자사업 확대 등 협력분야를 다변화해야 한다. 또 문화교류, 인적교류, 기술교류 등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걸프 지역은 아라비아 상인들의 후손으로서 협상과 흥정에 능하고, 농경 민족인 우리와는 문화, 관행, 사고방식 등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각종 법률, 제도, 사회시스템, 관행 등에서도 우리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충분한 조사와 준비를 거쳐 시장진출을 추진해야 한다.
△박 대사 = 중동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은 기술은 좋지만, 너무 비싸다는 인상이 있다. 반면 중국 등의 기업들은 가격은 좋지만 품질 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 품질과 가격에서 중동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이게 중동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이라고 본다. 최근 2010년부터 3, 4년간 중동 각국이 발주한 주요 프로젝트의 85%가량을 한국 기업들이 수주했다. 이 같은 사실이 우리 기업들이 중동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신 대사 = 중동에서 우리나라 의료부문은 대단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과거 중동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의 병원을 찾았다. 이들 국가 의료 서비스는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싼 치료가 장기간 이어지는 데 아무리 돈이 많은 중동 국가들이라고 해도 버티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질적인 면에서 유럽이나 미국에 못하지 않으면서 치료 시간이 짧다. 이에 쿠웨이트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한해 우리와 의료 협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중동 환자들이 치료차 한국을 찾기도 하지만 우리 병원들이 중동에 진출하는 것도 현지에서 대환영이다. 특히 중동 현지에서는 우리 의료진이 자격증을 받기가 다른 지역보다 쉽다. 우리 의료분야의 진출이 유망한 이유다.
△김 부회장 =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 4개국이 포함된 중동 산유국 6개국(GCC)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2위 무역 파트너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GCC는 상호보완적인 무역구조가 특징이다. 우리나라와 중동이 힘을 합쳐 발전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GCC로부터의 수입은 원유 등 에너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수출은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 중화학공업 제품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의료, 신도시 건설 등 이들 국가의 포스트-오일 발전전략이 우리가 비교적 경쟁력을 지닌 산업군과 맞아떨어진다. 이제 또 한 번의 중동 붐으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더해야 한다.
정리 =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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