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 논설위원

요즘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페이스북 등에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놓는 것은 물론, 반려견과 함께 유세를 한다. 퍼스트레이디 후보가 중요하듯 대통령의 반려견을 뜻하는 ‘퍼스트 도그(first dog)’ 후보가 선거운동의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반려견이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이미지 메이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푸들 ‘탤리’를,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각각 잡종견 ‘스노플레이크’와 시추 ‘만나’를 퍼스트 도그 후보로 삼아 유세하고 있다. 심지어 스콧 워커 주지사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이유로 그의 ‘개 알레르기’가 거론될 정도다.

퍼스트 도그 하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스코티시테리어 ‘팔라’다. 팔라는 수천 통의 팬레터를 받을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으며, 루스벨트가 “나를 욕해도 좋고 아내 엘리너를 욕해도 좋으나 팔라만은 욕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아꼈다. 팔라는 1945년 4월 12일 루스벨트 침대 위로 올라와 대통령을 바라보더니 내려와 슬프게 울부짖으며 복도로 달려나가 철망에 부딪혀 죽었다. 바로 그 순간 루스벨트도 숨을 거두었다. 팔라는 허드슨 강가에 동상이 되어 루스벨트 동상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그리고 41대 부시 대통령의 ‘밀리’는 가장 많은 기금을 모은 퍼스트 도그다. 바버라 여사가 쓴 ‘밀리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기 때문이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포르투갈워터도그 ‘보’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고 호화 휴가를 가는 바람에 ‘퍼스트 도그 게이트’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 대통령들도 개를 좋아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킹찰스 스패니얼 4마리를 길렀는데, 하와이 망명에도 데려갔다. 박정희 대통령의 애견인 스피츠 ‘방울이’는 외신기자 회견에도 함께 나왔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는 청와대 실세란 농담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퍼스트 도그의 가장 큰 임무는 권력을 쥐는 대가로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하는 외로운 대통령을 위로하는 일이다. 비판에 지친 대통령들은 무조건 따르는 애견으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퍼스트 도그와는 정치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개가 아닌 사람이 정치를 논의하면서 퍼스트 도그 역할을 하려고 해 문제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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