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주(61·사진) 포천힐스골프장 회장은 올해로 ‘골프장 대표’ 명함을 18년째 갖고 다닌다. 골프장에 25년째 근무하는 사이 그가 다니는 골프장 이름도 바뀌었고, 이젠 어엿한 ‘골프장 오너’로 변했다.
이 회장은 서울의 한 일간 경제신문 기자로 출발했지만 30대 때 신원 그룹에 입사해 과장부터 사장까지 올랐다. 1989년 ㈜신원월드 시절, 발로 뛰어다니며 골프장 인허가부터 착공에서 완공까지 일을 주도했다. 1년마다 초고속 승진하면서 1998년 외환위기 때 대표이사가 됐다.
그러나 모 회사인 신원그룹의 부도로 인해 골프장이 인수·합병(M&A)되면서 1년도 안 돼 옷 벗을 위기가 왔다. 이때 회원들은 자신들의 입회금을 전액 출자한 국내 골프장 사상 첫 회원 주주가 됐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 바로 이 회장이다. 당시 750명 회원 중 748명이 찬성을 했다. 1명은 행방불명된 재일교포였고, 다른 한 명은 은행 임원이어서 출자를 포기했을 뿐이다. 회원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되면서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대표이사가 됐다. 투명 경영과 부킹 청탁을 근절하기 위해, 당시로는 파격적인 컴퓨터 부킹제도 1호를 만들었고, 예약자 명단을 클럽하우스에 붙여놨다. 이 사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주자 창립 당시 7000만 원이던 회원권 시세가 최고 10억 원 선까지 뛰기도 했다. 이런 그를 눈여겨본 지인이 2009년 서울 강동구의 학교법인 광문고 재단이사장을 맡겼고, 5년이 지난 지난해 이사장직을 물러났다.
그는 사실 골프장 근무 이전에는 골프 문외한이었다. 골프장 근무 시절부터 골프를 시작했지만, 지독히 골프를 안 치는 골프장 사장 중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물론 골프는 좋은 운동이라는 생각을 했고 칠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다 보니 절박함을 못 느꼈던 것.
그러나 골퍼들로부터 ‘코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핀잔을 들을 때마다 골프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는 연습을 거의 하지 못해, 구력에 비해 별 내세울 게 없는 실력이지만 그동안 골프장에서 만난 프로들에게 한마디씩 들으면서 곧바로 친 게 지금 정도의 실력을 갖춘 원동력이 됐다.
그는 아직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70대 스코어를 곧잘 치는 편이다.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2008년 신원골프장에서 기록했다. 새 골프장을 지으려고 준비하던 때에 건설자금 확충을 위해 은행 지점장을 초대한 자리였다. 지점장은 ‘왕싱글’로 소문났고 동반자들도 비슷한 고수였다. 은행권 대출을 부탁해야 할 처지였던 그는 팀에서 가장 기록이 나빴지만, 이날따라 볼을 치면 붙고, 홀로 들어가는 ‘사고’를 잇달아 쳤던 것. 옆에 붙인다고 친 게 홀로 쏙 들어가고, 일부러 크게 친 퍼팅도 홀 뒷벽을 맞고 들어가 난감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날따라 지점장과 동반자들은 한결같이 실수를 연발하면서 평균보다 10타 이상을 더 쳤다. 그는 “대충 치려고 한 게 최고의 스코어란 의외의 결과에 자신이 더 당황스러웠다”고 기억했다.
신원골프장의 주주회원제 성공은 각 대학이나 경영학회에서 스터디 케이스로 연구대상이 됐고, 경주 조선과 경북골프장(파미 힐스)이 주주회원제로 바꾼 것도 그가 직접 나서서 롤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어느 기업이든 마찬가지이지만 골프장과 직원, 회원이 서로 믿는 신뢰가 핵심 키워드였다.
아직 홀인원은 뽑아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기록한 세 차례 이글은 모두 어프로치 샷으로 만들어 냈다. 두 차례는 자신이 근무하던 신원에서, 한 차례는 강원 평창 알펜시아골프장에서 추가했다. 사용클럽도 7, 8, 9번 세 차례 모두 달랐다.
그는 골프장 전문경영인은 골프 실력이 너무 뛰어나도 오해를 받기도 한다면서, 자신의 생각으로는 ‘보기 플레이’ 수준만 쳐도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80대 중반만 쳐도 70대와 90대 스코어와 어울리며 즐겁게 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코어로 ‘싱글’은 가뭄에 콩 나듯 연간 한두 번에 그치지만 편한 마음가짐으로 지인들과 함께 즐겁게 치다 보면 스코어를 제외한 모든 것을 ‘싱글’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골프의 장점은 ‘펀(Fun)’이 더해져 다양한 골프내기 방법이 잇따라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우리만의 독특한 골프문화이며, 이런 게 우리가 이웃 일본보다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금과 자본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역사와 전통이듯,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코스’를 만드는 것과 ‘최고의 명문 코스’를 만드는 것은 구분되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 대중화란 회원권 없이도 누구나 골프를 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이런 측면에서는 이미 대중화에 접어든 지 오래됐다고 봐도 된다. 오히려 그린피보다 캐디피 등 제반 비용이 더 비싼 시대가 돼 이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 이동주에게 골프란 = 다양성이다. 한 사람이 쳐도 오늘과 내일이 다른 스코어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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