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1주기(16일)를 일주일가량 앞둔 8일 오전 국민대학교 서울캠퍼스 북악관 708호 강의실 문 한쪽에는 하얀 글씨로 ‘남윤철 강의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교실 밖에는 학사모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사진과 함께 ‘불의의 선박 사고 속에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교사로서의 사명과 제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고 남윤철 선생님(2005년/영어영문학과 졸업)의 고귀한 뜻을 여기에 새겨 기리고자 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판이 걸려 있었다.
이날 국민대에선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구하다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남 교사의 뜻을 기리자는 의미로 그의 이름을 딴 강의실의 명명식이 열렸다. 708호 강의실은 이 학교 출신인 남 교사가 대학 시절 마지막 전공 수업을 들었던 곳이다. 강의실 책상 위에는 남 교사를 추모하는 하얀 국화꽃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이날 아픈 몸을 이끌고 행사에 참석한 남 교사의 부모는 아직 아들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들의 사진을 연신 바라봤다. 남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64) 씨는 “자식을 먼저 보낸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냐”면서도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아들의 뜻을 높이 샀다.
남 씨는 “사고 당일 학생들이 아직 구조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들이 배 안에 남아있다면 우리 윤철이는 나오지 않겠구나 생각했다”면서 “이미 사고 소식을 듣고 전남 진도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아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했다”고 울먹였다.
그는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남을 항상 배려하는 윤철이의 성격상 아이들을 놔두고 자신만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아이들의 선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들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떠난 지 겨우 1년, 여전히 떠난 아들 생각에 매일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남 씨는 오히려 남아있는 단원고 학생들을 걱정했다. 남 씨는 “무섭고 떨리는 그 날의 기억을 잊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어린아이들이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바람이 있다면 우리 아들이 구한 학생들이 잘살아가는 것”이라면서 “학생들이 잘 자라 좋은 세상을 만들면 우리 윤철이도 하늘나라에서 뿌듯해 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국민대는 남 교사를 추모하고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남윤철 장학금’을 신설하고, 1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학교 측은 교직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 중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남윤철 장학금을 매년 수여할 계획이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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