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美차관보 “결정적 역량” 발언 배경카터 방한직전 발언 주목… ‘모호성’韓정부 압박 성격

미국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의 방한(9∼11일)을 앞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사드가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결정적 역량이 될 수 있다는 프랭크 로즈(사진)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의 발언도 이런 맥락이다. 로즈 차관보는 7일 오후(한국시간 8일 오전)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드가 북한의 노동·스커드 미사일에 대처하는 결정적 역량(critical capabilities)”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수불가결하다는 미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로즈 차관보의 발언이 9일 카터 장관의 방한 직전에 나왔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위해 공론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군불을 때는 성격이 강하다. ‘전략적 모호성’에 집착하고 있는 정부의 선택을 요구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즈 차관보가 최대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과 사거리 1000㎞인 스커드-ER(D) 미사일을 언급한 것은 주한미군과 한반도에 가장 위협적인 탄도미사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관련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핵무기 소형화로 지름 1.32m, 탄두 중량 1t의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탄두에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분석들이다. 소형화가 더 진척될 경우 개량형 스커드 미사일의 핵탄두 탑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로즈 차관보가 한국과의 사드 논의와 관련, ‘앞으로 협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이라는 단서를 단 것은 ‘지금으로썬 양국 간 공식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협상 진척을 기대한다’는 강한 희망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로즈 차관보가 “사드는 중국의 전략적 억지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방어시스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한 대목은 중국의 반대를 강력히 견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일레인 번 미국 국방부 핵·미사일방어 부차관보도 “사드 배치는 미국과 한국이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로즈 차관보의 발언은 카터 국방장관이 6일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화,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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