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골프연습장에 처음 갔던 날은 1984년 5월 8일이었다. 그날 골프 코치로부터 들었던 두 가지의 얘기를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첫째는 내기 골프를 하지 말라였고, 둘째는 바람은 항상 골프에 붙어 다니는 것이기에 피하지 말고 이겨내라고 했다. 골프장에서 바람을 만날 때면, 영국의 골프평론가인 헨리 롱허스트의 이야기를 상기한다. 그는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는 챔피언 티에서의 전장이 6951야드 정도에 불과해 프로들이라면 십중팔구 드라이버로 티샷 한 다음 피칭웨지로 공략할 수 있는 코스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코스가 여전히 세계에서 최고로 군림할 수 있는 것은 늘 강풍이 불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향이 매 홀의 조건을 마치 만화경처럼 다양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아주 드물게는 바람이 한 점도 불지 않는 날이 있기는 하다. 그런 날이 되면 코스는 어쩐지 생기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플레이어들도 의기소침하게 보인다. 그러다가 다시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면 코스는 돌연 생기가 넘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플레이어들도 덩달아 발랄함을 되찾는다.”
지난 3월 말 모처럼 제주에 갔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1135번도로를 타고 30분 남짓 달리면 캐슬렉스제주골프장이 나온다. 1995년 개장한 이곳은 제주에서는 아라(제주), 오라, 중문 다음인 네 번째로 문을 연 오랜 역사를 가진 골프장이다. 개장 당시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로 페어웨이가 소위 양잔디인 ‘켄터키 블루’종을 심어 사시사철 푸른 페어웨이로 골퍼들의 관심을 끌었던 골프장이었다. 개장 당시에는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나 2004년 사조그룹에서 인수하면서 ‘캐슬렉스’라는 이름을 달았다.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2008년경에 골프장시설도 리모델링을 통해 페어웨이의 잔디는, 양잔디에서 한국형 잔디로 바뀌었다. 그 후에 생긴 일부의 골프장들 가운데에는 기존의 한국형 잔디를 양잔디로 바꾸는 추세와 정반대였다.
우리나라에 있는 골프장의 페어웨이에 양잔디를 심는 것이 옳은 것인지의 여부를, 필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획기적인 사례로 손꼽고 있다. 사조그룹은 제주뿐 아니라 서울과 중국 칭다오(靑島)에도 골프장을 소유,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회원제인 남코스, 동코스 각 9홀씩의 회원제골프장 18홀과 대중골프장인 북코스 9홀로 조성되어 있다. 일반 골퍼들에게 바람이 많은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가 플레이하던 날도, 한라산이 지척에 빤히 보일 만큼 하늘이 청명했지만 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이 글을 쓰면서 서두에 바람 이야기를 떠올린 까닭도, 필자가 라운드한 날 세차게 불던 바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캐슬렉스제주골프장에서 바람이 부는 날과 바람이 없는 날에 플레이를 해보면 롱허스트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바람은 골프에 있어서 큰 재산이다. 바람의 변화에 따라 한 개의 홀이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존 헨리 테일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자연과 인간이 죽을 힘을 다해 겨루는 것이 골프의 본질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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