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허용한다. 즉,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을 구입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가장 질 좋은 제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를 원한다. 시장경제에서는 이러한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누구든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자유가 허락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선택 기준을 통과한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즉, 자유경쟁이 보장된 시장경제 체제는 생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을 창조해낸다. 이것이야말로 시장경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미덕이다. 결국, 시장경제의 핵심적 가치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 보장과 경쟁의 효율성, 그리고 노력에 따른 성과의 차이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국민은 이러한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에 대해 얼마나 친화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2005년에 조사된 ‘세계 가치관 조사’ 자료를 이용, 국가별 시장 친화 성향 지표를 구성해 봤다. ‘세계 가치관 조사’는 미주·유럽·아프리카·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나라별로 1000여 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그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조사한 자료다. 시장 친화 성향 지표 작성에는 이 조사에 포함된 경제 인식과 관련된 5개의 질문 문항을 사용했다.
각각의 질문은 △소득 균등분배 △국영기업 확대 △정부의 복지 책임 △경쟁에 대한 인식 △성공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묻고 있다. 시장경제 친화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균등한 소득보다는 노력에 따른 소득의 차이를 인정하고, 국영기업의 확대보다는 사기업의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할 개연성이 강할 것이다. 또한, 정부가 국민 복지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보다는 일차적인 생계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고 응답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경쟁이 창조성을 높이며, 성공은 운과 배경보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 기준을 적용해 2005년 세계 가치관 조사에 참여한 47개국을 대상으로 2가지 종류의 시장 친화 성향 지표를 구성하고 우리나라의 상대적 순위를 비교해 본 것이다.
첫 번째 지표에서는 각각의 질문 항목에 대한 평균점수를 구함으로써 각국 국민의 전반적인 시장 친화 성향 정도를 파악했으며, 두 번째 지표에서는 5개의 질문 항목에 대해 시장 친화적인 응답을 한 개인의 비율을 구함으로써 한 나라의 전체 국민 가운데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를 일관성 있게 이해하고 있는 국민의 비율을 점수화했다.
우리 국민의 시장경제 성향에 대한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5개의 질문 항목에 대한 평균점수로 구성된 첫 번째 지표에서는 전체 47개국 중 26위로 나타났다. 그런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정부의 복지 책임을 강조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 앞서 설명한 두 번째 지표는 44위였다.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인의 시장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친화 정도는 비교 대상 국가의 중간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장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정도는 하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국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정도가 높아서 시장의 실패를 목격하고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다. 따라서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원인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시장경제 친화 성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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