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착용법 등 안내방송
귀기울이는 승객은 거의 없어
술판 벌이다 취객들 말다툼도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을 떠나 제주로 향하다 침몰해 사망 295명, 실종 9명의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세월호 참사 발생 1년(4월 16일)을 맞아 10일 문화일보 취재팀이 전남 목포와 부산에서 각각 제주로 향하는 여객선을 탑승, 점검해 봤다.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렸던 당시 사건 이후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곳곳에서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7시 부산을 떠나 제주로 가는 S여객선 탑승 후 10분 정도 지나자 객실과 식당 등 곳곳에 있는 TV 화면에서 구명조끼 착용법, 구명정 이용법 등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러나 방송에 귀를 기울이는 승객은 드물었고, 이 방송을 보도록 유도하는 선원도 없었다. 일부 승객들은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는 시간 갑판에 나가 경치를 감상하며 ‘셀카봉’을 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선실 곳곳에서는 때 이른 술판이 벌어졌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위하여” 라는 건배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도 안내 방송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일부 승객들은 봄날 바다 위 야경을 배경 삼아 둥그렇게 둘러앉아 술판을 벌였고, 술에 취해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까지 목격됐다.
구명정 역시 접근하기 어려웠다. 여객선 갑판에서 구명정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폴리스라인처럼 차단선이 둘러쳐져 있었다. 갑판에 나온 승객 대부분은 이곳에 구명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선사 측에서 구명정의 위치에 대한 안내판 대신, 구명정으로 향하는 계단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차단선을 내건 것이다.
임긍수(해양운송시스템학) 목포해양대 교수는 “진입구에 출입금지 차단선을 설치한 것은 비상상황이 일어날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관리상 편의만을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탑승객 확인도 일부 부실한 점이 있었다. ‘발권·개찰·승선’으로 이어지는 3단계에서 발권과 개찰 단계에선 신분증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 신분 확인이 철저히 이뤄졌지만, 마지막 승선 단계에서는 승선권 확인 없이 곧바로 승선했다. 아울러 지난 1987년 일본에서 수입된 이 배에는 객실 통로마다 비상 출입구임을 알리는 ‘비상구’ 표시가 있었지만, 한자·일본어·영어로만 돼 있을 뿐 정작 한글로 표기돼 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같은 날 오전 9시 전남 목포에서 제주로 출발한 또 다른 S여객선의 사정도 비슷했다. 승선 완료 후, 구명조끼 착용 방법과 비상시 탈출 방법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지만 집중하는 승객은 많지 않았다.
한국 일주 여행을 하고 있는 독일인 콘라드(25) 씨는 “독일의 경우 배에 탑승한 뒤 모든 승객을 모아두고 구명조끼 착용방법과 비상구를 안내하고 일부 승객을 불러 직접 착용하는 연습을 하기도 하는데 이곳 모습은 굉장히 의아하다”며 “또 한국말로만 안내방송을 해 나 같은 외국인들은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운항 중에는 안전을 위해 차단돼 있어야 할 선내 주차장은 제주 도착 한 시간여 전부터 문이 열려 일부 승객들이 분주하게 차에 드나드는 모습이 보였다. 주차장 입구에 CCTV도 없을 뿐 아니라 출입을 제지하는 선원도 없었다.
이 같은 안전불감증은 해양수산부의 연안선박 점검 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 해수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연안선박에 대한 안전점검을 2차례 실시해 총 5척을 운항정지 조치했다. 지난해 말 이뤄진 안전점검에서는 구명설비 오작동, 갑판 내 차량 고박장치 부실, 접안설비 불량 등으로 차도선 3척, 쾌속선 1척 등 선박 4척이 운항정지됐다.
손기은 기자, 목포=김대종·부산=박효목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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