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북 구미시 무을면 안곡 2리 농가맛집 ‘보리각시’에서 황순옥 대표가 보릿가루와 보리 새싹이 들어간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무을면 안곡 2리 농가맛집 ‘보리각시’에서 황순옥 대표가 보릿가루와 보리 새싹이 들어간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경북 구미 첫 농가맛집 ‘보리각시’

지난 6일 오후 중부내륙고속도로 경북 선산 IC를 빠져나와 20여 분 달려 도착한 구미시 무을면 안곡 2리.

넓디넓은 저수지와 다랑논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는 마을을 끼고 기양산(해발 706m) 허리춤에 이르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2층 건물 주변 곳곳에 보리가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 왜 보리가 심어져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간판이 해소했다.

‘보리각시’. ‘아내가 보리를 이용해서 음식을 만든다’는 뜻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도 아니고 산자락 외딴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경북 구미 최초의 농가맛집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주방이 분주했다. 보릿가루를 각종 반찬에 곁들이고 보리 새싹을 다듬는 모습이 홀에서도 훤히 보였다. 황순옥(여·49) 대표는 “저녁 예약 손님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안내했다. 준비하는 음식은 ‘손맛상(1인분 1만5000원)’이었다. 이 맛집은 이 상차림을 비롯해 ‘정성상(〃3만 원)’과 ‘새참상(〃8000원)’ 등 3가지를 예약받아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손맛상은 볶은 보릿가루를 입힌 도토리묵, 보리를 먹여 키운 한우고기로 만든 맥우너비아니, 표고버섯탕수, 장아찌, 멜론드레싱샐러드, 보리 새싹을 올린 비빔밥, 호박식혜 등 30가지가 넘었다. 말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였다. 정성상에는 여기에 홍삼엑기스를 넣은 홍계백숙과 보리굴비, 보리죽, 버섯강된장 등이 추가된다. 새참상은 이곳에 오는 체험객을 위해 내놓는 것으로 보리장떡과 버섯된장들깨탕 등 10여 가지로 마련된다.

모두 로컬푸드를 사용하며 구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금오산 일대와 고아읍 등 구미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이라고 한다.

또 보리각시는 건물 뒤편 700여㎡의 텃밭에 당귀, 곰취, 부추 등 다양한 약용식물과 채소를 직접 재배해서 손님상에 내놓는다.

이 맛집의 특징은 대부분 음식에 보릿가루와 보리 새싹이 들어가는 것이다. 보리는 찰쌀보리로 보리각시에서 직접 수경재배한다. 찰쌀보리는 보리쌀을 불리지 않고 직접 밥을 할 수 있는 보리다. 표고버섯은 인근 농협중앙회 무을농협 건조장에 저장된 것을 사용한다.

황 대표는 “이곳을 찾는 모든 손님이 음식에 보릿가루와 보리 새싹이 들어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변비와 동맥경화 예방 등 효능을 하나하나 설명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단골손님인 구미시 옥계동 김경희(여·56) 씨는 “이 맛집은 말 그대로 건강에 좋은 웰빙 밥상을 차려 친구, 친척들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보리각시가 보리를 음식에 넣어 만든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오산 찰쌀보리 정보화마을에서 사무장을 맡고 있는 황 대표는 “보리쌀이 식감이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판매에 애를 먹던 중 아예 보리를 이용해 6차 산업에 뛰어들기로 하고 수년간 연구 끝에 이러한 음식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보리각시의 또 다른 특징은 드물게 저녁 손님을 받지만 모두 점심 예약제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황 대표와 직원들은 오전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한다. 직원은 시어머니인 장종숙(70) 씨와 친정어머니인 장영(70) 씨 둘뿐이며 동갑이다. 시어머니는 “당초 며느리가 종업원을 고용하려고 했으나 못 미더워해 함께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정어머니는 “농가맛집이라는 자부심으로 사돈끼리 서로 도와주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맛집은 농촌진흥청의 2012년 향토음식 자원화 사업에 선정돼 출발했다. 당시 황 대표는 국비와 시비 8000만 원을 지원받아 메뉴를 개발하고 건물을 신축,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맛집을 경영했다. 60석 규모의 좌석은 점심시간마다 거의 꽉 차며 저녁 시간도 드물지만 손님들이 찾는다.

이 맛집에는 이날도 예약전화가 이어졌다. 손님은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6000여 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만 명 정도로 늘었다.

이 맛집은 떡케이크, 단호박백설기 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전통음식에 접목한 식생활 개선교육도 하고 있다.

한 차례 30명 이상, 1인당 2만 원 정도의 체험비를 받고 있다. 지난해 850명의 체험객이 다녀갔다.

보리각시는 지난 2013년 4월 우리음식연구회 임원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5종류의 음식에 대한 맛평가회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경북도 농업기술원이 6차 산업 성공사례로 꼽기도 했다. 황 대표는 “농업과 음식에 문화를 융합해 스토리텔링형 맛집을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구미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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