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안타까운 희생이 줄을 이었다. 사망자 295명과 실종자 9명을 발생시키며 한국사회의 적폐와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비극적인 4·16 세월호 참사 이후 고양 종합버스 터미널 화재(사망자 8명),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22명), 세월호 참사 지원 소방헬기의 광주도심 추락(〃 5명),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 환풍구 붕괴 사고(〃 16명), 담양 펜션 바비큐장 화재(〃 4명), 의정부 아파트 화재(〃 5명), 두 차례의 질소 가스 누출 사고(〃 6명), 인천 강화군 캠핑장 화재(〃 5명) 등이 이어졌다.
한국에 이제 ‘안전 특이점(Safety Singularity)’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특이점은 물리학, 천문학, 수학 등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통상적인 규칙이 적용되지 않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부피가 제로에 근접하면서 밀도는 무한대로 높아져 폭발하는 블랙홀도 특이점이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산재해 있다. 이미 ‘인재(人災)대국’ 얘기를 듣기에 충분하다. 더 방치하면 블랙홀처럼 폭발할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 반복되는 사고를 보면 이미 우리 사회 구조 속에 대형 참사의 씨앗이 잉태해 싹터왔음을 알 수 있다. ‘빨리빨리 문화’는 압축 성장을 가능케 했지만, 한편으로 ‘대충대충 문화’를 낳았다. 안전 매뉴얼 등을 꼼꼼하게 챙기고, 차곡차곡 재난 법제를 정비하면서 안전을 다잡는 일은 뒷전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발달로 사고가 대형화하고 있지만, 선진적 재난 관리 매뉴얼 마련과 현장 행정, 법체계 통합·정비, 안전 분야 인재 양성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는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면서 원안에 없던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물타기를 한 반면, 이 법의 핵심인 이해충돌 관련 규정을 제거해버렸다. 이 같은 법이 시행되면 이익집단은 고착화되고, 세월호 참사를 낳았던 패거리 카르텔의 부패 사슬도 끊어낼 수 없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안전 혁명이 일어나야 하며 실전 연습이 중요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공공선(公共善)으로서의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평상시부터 안전 습관이 몸에 배도록 쉴 새 없이 가르쳐야 한다. 국민안전처가 중심이 된 대형 재난 대비 가상훈련과 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현장에 대한 총체적 점검도 이뤄져야 한다.
‘안전은 공짜’라는 의식과 대형 사고가 일어난 뒤 몇 달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잊는 ‘냄비 속성’은 우리 사회의 치명적 병폐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을 잊어선 안 된다. 참사 1주기인 올해 이 시각에는 온 국민이 묵념의 시간을 갖고, 희생자들의 떠도는 넋을 위로하면서, 안전에 대한 각성의 시간을 갖자. ‘안전의식은 생명의 구명보트’라는 새로운 눈뜸이 있어야 한다. 국민안전처를 만들었다고 안전이 그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안전은 ‘네 탓’ 아닌 ‘내 탓’으로 책임을 돌아보는 일이다. 국가가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그저 국가와 사회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 증후군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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