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8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 결렬을 선언하고 장외투쟁을 예고한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오는 24일 총파업을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노동 개혁이 난관에 봉착했다.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 개편’ ‘해고요건 완화’ 등의 5대 수용불가 사항을 내세우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한국노총을 아쉬워하기에 앞서, 노사정 대타협 자체가 당초부터 연목구어(緣木求魚)였을지도 모른다.
시중의 ‘청년실신(靑年失信)’이란 신조어는, 재학 중에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졸업 후 취업난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실업자이자 신용불량자가 되고 만 청년들’을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1.1%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7월 11.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해법은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데 있다. ‘유럽의 병자’라 불리던 독일의 경험이 있다. 2005년 독일의 실업률은 11%대로 치솟았고 청년실업률은 16%에 육박했지만,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골자로 하는 ‘하르츠 개혁’을 단행한 이후 최근 실업률은 5%대로 떨어졌고 청년실업률은 7%대에 불과하다. 청년실업률이 40%대인 이탈리아나 50%가 넘는 스페인, 그리스는 비교가 안 된다.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면 기업 입장에선 신규 채용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한번 뽑으면 업무 성과가 극도로 낮은 정규직이라도 임금이나 고용 조정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고용 보호만이 능사가 아니라, 저성과자에 대한 유연한 제도를 마련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줘야 한다.
또한 정년연장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되는데 임금피크제가 외면되는 현실도 문제다. 최근 100명 이상 사업장 9034개 중 9.4%인 849개 사업장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는 고용노동부 발표가 있었다. 법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는 노사 합의에 따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이 이미 의무화됐는데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을 낮추려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대부분의 임금 체계가 연공급이어서 정년에 가까운 장기근속자의 임금이 신입 사원에 비해 3배 이상 많으니 정년연장이 1명 생길 때마다 청년 고용은 3명씩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 근로자와 청년 일자리를 함께 고려한 임금피크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 노동 개혁의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다행히도 지난해 12월 말 노·사·정 대화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기본합의를 이뤘고 90여 차례 회의를 하면서 노사 양측의 주장과 공익위원 안(案)에 대해 충분하게 논의하고 검토했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논의를 바탕으로 플랜B를 추진하되,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기 바란다.
지난 2005년 독일 총선에서 하르츠 개혁을 골자로 하는 ‘어젠다 2010’을 주도했던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노동계의 반발에 부닥쳐 선거에 패했다. 선거에 불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신념을 갖고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했다고 한다. 슈뢰더의 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첫 의회 연설에서 “어젠다 2010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사회 시스템의 문을 용기 있게 연 전임 슈뢰더 총리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청년 일자리 창출이란 방향타를 잡아 다음 정부, 아니 우리 청년들이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노동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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