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성완종 리스트’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이른바 별건(別件)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처럼 검찰의 별건수사가 비판의 대상이 됐던 예가 적지 않았는데 다시 별건수사가 논란되고 있는 것은 그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범죄 수사는 피해자의 신고 또는 수사기관의 인지에 의해 시작된다. 즉, 범죄 혐의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 내지 의혹이 뚜렷할 때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한다는 것은 인력과 비용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털어서 먼지를 찾으려는 이른바 ‘표적수사’일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별건수사는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수사 과정에서 이와 무관한 사안을 조사하면서 수집된 증거 등을 이용해 범죄 혐의자를 압박해 애초에 목적했던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수사 방식이다. 이러한 별건수사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표적수사와 연결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범죄를 밝혀낸다는 목적을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무방하다는 식의 성과 지상주의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근대형법은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권력의 오·남용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법언(法諺)은 법의 효율성보다 법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 절차뿐만 아니라 형사소송 절차에서도 범죄 혐의자의 인권이 매우 강조된다. 이른바 독수(毒樹)의 이론에 따라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에 대해서는 그것이 실체적 진실과 부합한다 하더라도,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고문을 비롯한 각종 불법적인 수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범죄를 확인하고 처벌하는 것만이 절대적 목표라고 생각할 경우에는 어떤 수단을 이용해도 된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역사적 경험을 통해 확인됐고, 이제 인권 보장을 위해 범죄 수사의 절차와 방식에 많은 제한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상적으로 시작된 수사가 확대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살인이나 강도 등의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의 추가적인 범행에 대한 증거를 찾을 경우에 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애초의 혐의에 대한 정상적인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게 아니라, 먼지털이식 수사를 통해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범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것이라면 별건수사는 사실상 표적수사와 다름없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5년 전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별건수사 등 부당 수사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별건수사 악습(惡習)이 문제 되는 것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성과 지상주의가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완종 사건의 경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또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여기서 의혹을 덮자고 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검찰이 이 사건을 깨끗하게 해결하더라도 결코 작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검찰의 표적수사라는 비난의 소지 자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별건수사라는 용어 자체가 사용될 필요가 없도록 수사 방식을 개선하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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