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제일성으로 공직사회와 민간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사정을 부르짖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정의 대상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총리는 검찰 수사 지휘권을 갖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제청권을 갖고 있어 이 총리가 현직을 유지해야 하는가도 생각할 거리다.

지난 2월 17일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3월 12일 이 총리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며 사정 정국 개시를 알렸다. “절박감에 이 자리에 섰다”고도 했다. 3일 뒤인 15일에도 이 총리는 경남 창원에서 열린 3·15의거 기념식에 참석해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로 부정부패와 고질적 적폐를 척결하기 위해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엄단할 것”이라며 사정 분위기를 재차 끌어올렸다.

사정의 칼날은 일차적으로 전 정권을 겨냥했다.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가 그 일차 대상이었다. 담화 발표 6일 후인 3월 18일 검찰은 전격적으로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자원외교와 관련이 있는 공직사회와 대상 기업들은 다소 뜬금없는, 그러나 살벌한 이완구발 군기 잡기에 연신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이 총리의 사정은 양날의 칼이었다. 사정 발언 한 달 만에 칼날은 이 총리를 겨누게 됐다.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고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했던 이 총리가 자신이 쏟아낸 말의 그물에 걸려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리실에 따르면 현직 총리가 재임 중 정치자금법과 연관돼 검찰 수사를 받은 사례는 없었다. 검찰이 내각 통할권을 갖는 총리에 대한 수사를 원칙대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총리 사퇴론은 여기에 근거한다. 총리실 내부도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앞두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 총리의 이름이 처음 올랐을 때만 해도 총리실은 입장 자료를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액수가 오갔다는 보도 이후에는 입장 표명을 삼가는 분위기다. 한 총리실 관계자는 “사정의 칼날이 총리에게 쏠리는 상황에서 입장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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