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명의의 부동산 은닉 등
우회수입 행위 집중단속키로
중국에서 대리석을 수입하는 A 씨는 오랫동안 형편이 어렵다며 수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대리석 수입가격을 고의로 저가로 신고해 관세를 포탈한 후 허름한 주택으로 위장 전입했다. 실제로는 누나 명의로 해놓은 비싼 아파트에 살며 고급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녔다.
세관 당국이 자금 흐름을 뜯어 봤더니 자신의 주식을 다른 이에게 위장 분산해 증여한 상태였다. 임가공 의류 원·부자재 수입업자인 B 씨는 고액의 세금을 탈세한 후 아내와 거짓이혼을 한 후 아내 이름으로 사업장을 따로 열어 사업을 하면서도 “세금 낼 돈이 없다”고 버텼다.
충분히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숨긴 채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악성 체납형 ‘철면피 갑부’들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법도 주식 분산 증여, 위장 이혼, 허위 사업 양도·양수 등 지능적이고 교묘하다. 올해 들어 연말정산 파동으로 마음을 졸인 ‘유리 지갑’ 샐러리맨들의 처지를 조롱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세정 당국은 이 같은 체납자들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세금을 물리기 위해 일제 추적에 들어갔다.
관세청은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2동 서울본부세관에서 ‘체납자 은닉재산 125 추적팀’ 발대식을 열고 재산은닉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본격 추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서울과 부산세관에 신설된 전담팀은 체납 상태에서 재산을 숨겨놓고 호화생활을 누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체납자의 주소지를 찾아 현장 추적활동을 벌이게 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체납 징수 규모가 1200억 원이었는데 악성 체납자가 많다는 판단 아래 이보다 더 많은 징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별도의 체납특별정리팀도 꾸려 타인 명의의 부동산 은닉과 제3자 이름으로 된 우회수입 행위에 대해서도 집중 단속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18개 팀, 121명으로 구성된 체납자 재산 추적조사 전담조직을 통해 △고가의 미술품·귀금속 은닉 △해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한 재산 은닉 △부동산 허위 양도 △차명계좌를 이용한 현금·부동산 은닉 행위를 추적 중이다. 해운업체 사주인 C 씨는 해외 유령회사에 대형선박을 갖고 있는데도 수백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호화생활을 하다가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세정 당국 관계자는 “은닉재산을 신고하면 국세청은 최고 20억 원, 관세청은 10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꼼꼼한 ‘내부 고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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