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선생 임종하신 방 한구석에

매화분 하나 놓여 있다

매화분에 물 주거라

퇴계 선생 돌아가실 때 남기신 마지막 말씀

소중히 받들기 위해

매화분에 매화는 피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통장에 돈 찾아라

한 마디 남기고 죽을까봐 두려워라

낙동강 건너 지구에는

오늘도 한창 꽃이 피고 있다

도산서원 매화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은

어디에 가서 죽는가

새들은 꽃나무 아래 쭈그리고 앉은 나를 보고

죽더라도 겨울 흰 눈 속에 핀

매화 향기에 가서 죽으라고

자꾸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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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시와 표현’ 최근호에서

·약력 : 1950년 경남 하동 출생, 대구에서 성장. 1973년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편운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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