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를 둘러싼 심각한 의혹들이 연일 쏟아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육성 증언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상세한 전달 정황까지 나왔다.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친분이 본인 해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일정 다이어리’도 보도됐다. 이 총리는 자신의 ‘목숨’을 걸겠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그러나 상식의 잣대나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의 권위는 이미 상실됐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법 판단이 확정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절차와 무관하게 도덕성과 국민의 신뢰를 중시해야 하는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처신이 요구된다. 현직 총리로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초유의 상황도,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를 내려야 하는 해괴한 경우도 예상된다. 이 총리가 1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을 않은 이유도 이런 눈총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총리의 거듭된 해명이 도리어 논란을 키우는 이상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이 총리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음을 보여준다. 이 총리는 14일 국회 답변에서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억울하다는 표현이지만 ‘목숨’ 운운은 되레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과도한 변명이라는 인상만 짙게 했다. 게다가 ‘비타 500 음료수 박스’에 넣어 전달했다는 ‘3000만 원’의 증인까지 나타났다. 또 성 전 회장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는 이 총리의 주장도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성 전 회장 다이어리에는 201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20개월 간 최소한 23차례 만난 것으로 돼 있다고 한다. 이 총리는 2012년 대선 때 혈액암으로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충남도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천안 등지에서 수차례 유세를 하고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기자들과 대화한 주요 내용을 부인하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정신이 혼미했다”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최근 청와대 행정관이나 해군 참모총장도 현직에서 사퇴한 뒤 수사를 받았다. 이 총리는 선(先)사퇴가 ‘유죄’를 인정하는 셈이라며 반발할 수 있다. 결국 총리 ‘임면권’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의 몫이다. 박 대통령은 16일 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하고, 그러면 이 총리가 대통령 대행을 해야 하는 상황도 빚어진다. 이 총리 거취에 대한 결단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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