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청년을 중동으로 보내자고 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적절한 준비도 없이 갑자기 중동으로 가라니 국내 경제를 호전시킬 자신이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렸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번 말에는 경청할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청년실업 해결의 실마리를 해외에서 찾자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우리의 청년실업률이 11.1%에 이른다. 16년 전의 외환위기 이래 최고치다.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은 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같다. 우리보다 심각한 경우도 적잖다. 2014년 기준 그리스의 청년실업률이 58%, 스페인 57.4%, 이탈리아 41.2%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전개된 월가의 소요 사태, 2008년 그리스 시위, 2011년 영국 런던 폭동, 2005년과 2012년 프랑스 ‘외곽도시’(방리외·banlieue)와 아미앵 폭동 등이 모두 청년실업 때문이었다. 그들이라고 청년실업을 방치하고 싶을 리 없다. 그럼에도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문제의 성격이 간단찮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청년실업은 과거 1970, 1980년대의 청년실업이나 오늘의 40, 50대가 겪는 실업과 본질적 성격이 다르다. 정보사회의 도래와 함께 생산 공정의 자동화율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노동 수요가 급속히 줄었다.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고령화사회의 도래는 노동시장에서의 자연 감퇴율을 낮추면서 신규 노동 수요를 크게 잠식했다. 세계 경제 체제의 등장은 지구 차원의 최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아니고는 시장 진출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를 열었다.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생산비 절감을 위해 신규 고용을 주저하도록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인류 문명의 대전환기에 등장하는 일종의 구조 재편 지체에 따른 역진(逆進) 현상인 셈이다.
단순히 어느 나라 내부의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빚어지는 이해 조정 실패 문제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 또는 ‘선 성장, 후 복지’냐 ‘선 복지, 후 성장’이냐 차원의 논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과제도 아니다. 한 나라의 국정 운영 능력만으로 관리 가능한 변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렇듯 기존의 노동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문제인 만큼 관행적인 사고의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노동시장을 개척하자는 주장은 매우 호소력이 크다.
또한,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 산업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에도 크게 공감한다. 제조업은 이미 지구촌 전역에서 레드 오션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 생산시설의 정보화와 함께 부품과 소재, 설비와 지역, 자본과 정보 등 노동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생산요소가 국경을 넘어 한계비용이 낮은 곳을 향해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노동이 국경을 넘는 일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 분야는 나라에 따라 아직도 블루 오션으로 남아 있다. 특히, 정보사회의 도래와 함께 부가가치가 폭발적으로 증대하는 문화·예술·법률·의료·교육 같은 분야에서의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분야를 중심으로 청년을 해외에 송출하자는 주장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또 타당성이 강하다.
문제는, 우리의 청년들이 현재 이런 수요에 합당한 준비 태세를 갖췄느냐에 있다. 대학이 청년들을 그런 수요에 맞게 교육·훈련시켰어야 하지만 우리 대학은 아직도 시대 변화에 둔감한 곳 가운데 하나다. 마침 대학 구조조정이 교육계 현안으로 부상해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대학교육을 지구촌시대의 사회 수요에 맞게 전면적으로 개편하자는 주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 구조조정 프레임의 시대적 적실성 여부를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다. 사실, 교육 분야만 문제인 건 아니다. 정부 운영 전반을 지구촌시대의 사회 수요에 맞게 개편하는 일은 현 정부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이제라도 청년의 해외 송출 문제를 계기로 전 정부적인 시각 교정에 나설 수만 있다면 참으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고소원(固所願)이다.
우리가 당면한 사회 문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지구 경영의 관점 없이 제대로 응전에 나설 수 있는 과제는 없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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