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에 오른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박근혜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대거 리스트에 거론된 데 대해 아직도 대한민국의 정치권력 수준이 이 지경인가 한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가차없이 국가의 부패 부위를 도려냄으로써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비원(悲願)을 쏟아내고 있다. 전직 총리 4명을 포함해 전체 국회의원의 4분의 1이 수사를 받았던 이탈리아의 ‘깨끗한 손(마티풀리테)’운동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한 만큼 수사 및 유죄 입증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칫 용두사미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돼선 안 된다. 그만큼 검찰의 책임이 막중하다.

대검 특별수사팀은 15일 성 전 회장의 측근 11명을 수사 성패를 가를 중요 인물로 파악해 참고인 신분으로 출국금지 조치하고 순차 소환하면서 경남기업 본사와 전·현직 임직원 자택 등 15곳을 재수색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12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지 사흘 만에 수사 페이스를 본격화한 이날, 사건의 도화선인 성 전 회장 전화 인터뷰 녹음 파일 원본도 경향신문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같은 날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 개혁 차원에서 한번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그대로 실천돼야 한다. 박 대통령 본인은 물론 핵심 참모들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정치 개혁’을 언급하면서 “부패를 덮으면 미래가 없다”고 역설한 대목은 세월호가 만연한 정·경·관(政經官) 부정부패의 결과였다는 사실과도 맞물린다. 반부패 특별수사가 소기의 목적을 거두면 대한민국이 청정 브랜드를 새로이하는 일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와 바른사회운동연합이 공동 개최한 ‘청렴사회 국제 심포지엄’에서도 이번 파문을 계기로 부패 관행에 대한 인식과 부패 척결 의지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돋보였다. 특별수사팀은 이런 국민적 여망(輿望)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무일 팀장의 첫 다짐 그대로 좌고우면하지 않아야 함은 당연하다.

‘성(成) 리스트’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자원개발 비리 수사 일각의 복기(復棋)에서 시작하고 있다. 15일 재수색부터 지난달 16일 압수수색의 보완 차원이면서, 성 전 회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됐던 혐의 가운데 현장 전도금 32억 원과 계열사 대여금 180여억 원 등 비자금의 흐름이 우선 수사 대상으로 비친다. 그 가운데 국무총리 이완구의 3000만 원 및 경남지사 홍준표의 1억 원 수수 의혹 두 사건이 각각 검찰 수사의 의지 및 역량을 시험하는 시금석이다.

특히 이 총리 사건은 현직 총리 신분으로 검찰 수사 라인에 서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런 만큼 이 총리 수사는 더욱 엄정해야 한다. 이 총리는 3000만 원 수수 의혹 자체가 아니더라도 공직자의 제1 덕목인 도덕성을 근저부터 의심받으면서 국민의 신망을 잃어버린 ‘무망(無望) 총리’로 지탄받기에 이르렀다. 새 증거·정황이 제시될 때마다 말을 바꾸는 장면은 일일이 들기도 민망하다. ‘이완구의 비타 500’ 패러디가 회자돼 여권에서조차 자진사퇴론이 높아지고 있다. 헌법 제86조 2항 명문의 ‘대통령 보좌’ 혹은 행정에 관한 ‘대통령의 명’까지 무람없어진 상황이다. 이런 행정부의 난맥상 못지않게 국회 역시 ‘성완종 블랙홀’에 함몰돼 공무원연금 개혁도 각종 경제 활성화법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막히다시피 한 실정이다. 대법관(박상옥) 임명동의안 표결 역시 기약 없다. 비상 국면인 만큼 국회라도 정위치해 국정과 민생(民生)을 살펴나가야 한다.

이런 난국의 수습을 위해 특별수사팀의 분투가 각별해야 한다. 진실 규명 과정이 그대로 희망의 메시지로 읽히는, 반부패 수사의 새 ‘전설’을 만들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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