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15일 저녁 전남 진도군 팽목항 분향소 옆에 세워진 노란 리본 조형물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15일 저녁 전남 진도군 팽목항 분향소 옆에 세워진 노란 리본 조형물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朴 대통령 온다는 소식에 문 잠그고 플래카드 막아… 일부 가족 팽목항서 떠나진도군 주최 추모제 진행… 주민 자작시 낭송 등 애도

16일 전남 진도군 등이 임회면 팽목항에서 주최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식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현지 합동분향소를 폐쇄하고 인사말도 거부함에 따라 진행에 일부 차질을 빚었다. 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팽목항을 찾아 분향하려는 데 반대해 이같이 행동했다.

이날 오전 9시쯤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팽목항 합동분향소의 문을 잠그고 주변을 플래카드로 막아 완전 봉쇄했다. 플래카드에는 ‘인양 갖고 장난치며 가족들 두 번 죽이는 정부는 각성하라’는 문구를 넣었다. 일부 가족들은 박 대통령을 마주하기 싫다며 팽목항을 떠나 진도 모처로 자리를 옮겼다. 실종자 가족인 권오복(61) 씨는 “대통령이 팽목항에 온다는 말을 듣고 (대통령) 분향을 못하게 하려 막아 놓은 것”이라며 “떠나면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권 씨는 배경에 대해 “오늘부터 9박 12일간 남미를 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대통령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입법부에서 제대로 해놓은 것(세월호 특별법)을 해양수산부가 고쳤는데(시행령), 국회 원안대로 다시 가야 한다”며 “우리의 요구는 세월호 인양계획도 서둘러 발표하고, 태스크포스(TF)도 꾸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항의 행동 때문에 당초 추모식에 참석한 내외빈이 식전행사로 오전 10시부터 헌화 분향하려 했던 계획도 차질을 빚었다. 진도군은 당초 실종자 조은화(단원고) 양의 아버지 조남성(51) 씨에게 이날 행사의 인사말을 부탁하려 했으나 이 또한 무산됐다. 하지만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추모식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특히 진도 주민들의 정성이 깃든 프로그램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양서라(진도 고성중3) 양은 추모식에서 자작시 ‘지는 꽃 별이 되어’를 낭송했다. 진도군은 지난 7∼10일 관내 초·중·고교별로 ‘세월호 백일장’을 연 뒤, 각 학교의 장원을 모아 재심사해 양 양의 시를 최종 선정했다.

진도군립민속예술단원 등 30여 명은 ‘진도씻김굿’을 굿의 개념이 아닌, 추모 가무악으로 재해석해 추모 공연을 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대형 스크린에 희생자 명단이 흐르는 가운데 추모 풍선 날리기도 진행됐다. 김남중(45) 범군민대책위원회 간사는 진도 소상공인들의 생계대책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 이낙연 전남지사, 이동진 진도군수, 실종자 가족 등 1000여 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진도=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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