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집무실로 들어선 유병선이 서동수 앞에 서류 한 장을 놓았다. 창문 밖으로 신의주 중심부가 보였다. 비스듬한 햇살을 받은 건물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동수가 서류를 집었다. 여론조사 보고서다. 유병선은 여러 곳의 여론조사를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서류를 보는 서동수에게 유병선이 설명했다.
“먼저 한국 측 여론조사인데 일본과 대마도 수복 전쟁이 발발했을 때 참전하겠다는 비율이 89.5%입니다.”
서동수는 서류만 보았고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북한은 3개 여론조사기관이 1만 명을 상대로 조사를 했는데…….”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100%다. 입을 열었다가 닫은 서동수를 향해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다음은 일본입니다. 마이니치, 요미우리 등 4개 조사기관의 자료 통계입니다.”
자료를 본 서동수가 숨을 멈췄다. 성인 5000여 명을 전국 각지에서 뽑아 조사한 통계로 정확도는 96±3%인데 ‘전쟁 반대가 75%’ ‘성인 남자의 참전하겠다는 비율이 38%’였던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이 전쟁 상황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한국과 북한의 억지, 호전성이 35%’ ‘아베의 군국주의적 자세가 55%’였던 것이다. 머리를 든 유병선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라 있다.
“아베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조사기관이 발표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전쟁 직전에는 아베에 대한 비난이 폭등할 것입니다.”
서류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는 히틀러나 일본 군국주의 시대의 아베가 존경했던 인물들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지.”
“한마디로 군국주의 망령에 씐 지도자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이 알게 된 것입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를 잊었던 것인가?”
서동수가 혼잣소리처럼 묻자 유병선이 정색했다.
“제 생각입니다만, 이대로 밀어붙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장관께서 말씀하신 대로 아베는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대가 변했다는 것보다도 일본과 한반도의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일본은 패전 후 70년 동안 미국의 우산 밑에서 안주했습니다. 그러더니 정한론, 대동아공영의 향수를 간직한 아베라는 인물이 나와 패전 전의 대일본제국을 꿈꾼 것이지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유병선이 빙그레 웃었다.
“아베가 착각한 것이 있습니다. 한반도가 100년 전의 조선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70년 동안 남북한이 어떻게 성장했습니까? 일본이 미국 우산 밑에서 아양을 떨고 있을 때 남북한은 처절한 전쟁을 치렀고 70년 동안 분단되어 지금까지 준전시 상태였지요. 항상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말을 받았다.
“남북한의 연합이 아베의 계산기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항목이었지. 어쨌든 아베는 지금까지의 대가를 치르고 한·일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려 놔야 할 거야.”
유병선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도 빙그레 웃었다.
“한국에서는 벌써 배가 2000척이나 모였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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