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을 장려한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4일부터 정책을 시행한 서울시를 포함해 총 8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미 도입을 했거나 추후 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김미경(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제도 명칭처럼 꼭 반값까진 아니더라도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상한선이 낮아지는 만큼 혜택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나머지 지자체들에서의 참여 확대도 전망되는 반값 중개수수료의 주요 내용과 효과, 추진상황, 이를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1 반값 중개수수료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중개수수료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집을 사고팔거나 임대·임차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지급하는 중개수수료 요율을 조정한 것이다. 매매는 6억∼9억 원, 임대차는 3억∼6억 구간을 신설하고 각각 거래가격의 0.5% 이하, 0.4% 이하에서 중개인과 협의토록 권고했다. 기존에는 매매의 경우 6억 원 이상일 때 0.9% 이하에서, 임대차는 3억 원 이상일 때 0.8% 이하에서 협의토록 하고 있었다. 수수료율이 0.9%에서 0.5%로, 0.8%에서 0.4%로 각각 절반 수준이 되는 셈이어서 반값 중개수수료 란 별칭이 붙었다. 국토부가 관할하는 법률인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주택 중개에 대한 보수는 국토부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돼 있다.
2 반값 중개수수료 추진 배경은
부동산 중개수수료제도는 지난 2000년 마련된 이후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 15년간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이 계속 상승했기 때문에 ‘고가구간’으로 설정돼 높은 요율을 적용받던 매매 6억 원 이상, 임대차 3억 원 이상 구간이 현실에 맞지 않고 중개인과 소비자 간 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고 봤다. 서울의 경우 매매가 6억 원, 전세가 3억 원 이상인 주택이 지난 2000년 1% 내외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25∼30%에 달했다. 소득세법은 고가주택 기준을 이미 2006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고가구간에 진입하면 매매와 임대차 중개수수료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예컨대, 거래가가 3억 원이라고 했을 때 매매의 경우 수수료율이 0.4% 이하로 최대 120만 원을 내면 되지만, 전세의 경우 0.8% 이하로 최대 240만 원을 내야 했다.
3 반값 중개수수료 효과는
국토부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며 “이번 개편으로 중개수수료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돼 소비자와 중개업소 간 분쟁이 많이 줄게 되고 또 거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특히 이번 개정 대상이 된 중·고가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지난해 신고된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거래 건수와 거래액 등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새 중개수수료제도 시행으로 줄어드는 수수료 규모는 전국적으로 2990억 원 정도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121억 원, 경기가 682억 원, 부산이 52억 원, 대구가 52억 원, 인천이 33억 원, 경남이 12억 원 등이다.
4 광역 지방자치단체 추진 상황은
17일 현재 반값 중개수수료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확정한 광역 지자체는 서울, 대구, 인천, 대전, 세종, 경기, 강원, 경북 등 모두 8곳이다. 강원도의회가 지난 2월 13일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본 회의에서 국토부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한 주택 중개 수수료 조례 개정안을 통과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개의 광역 지자체 의회가 이를 따랐다. 이중 세종시를 제외한 광역 지자체 7곳은 반값 중개 수수료 제도를 시행 중이며 세종시는 오는 30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일부 광역 지자체의 경우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 권고안을 약간 수정해 고정 요율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반대 입장을 뚜렷이 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점점 확산되자 8개 광역 지자체 모두 정부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형태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5 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은
반값 중개 수수료 제도 도입을 확정한 8개 광역 지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광역 지자체들도 반값 중개 수수료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남도의회의 경우 상임위에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각 광역 지자치단체 조례 개정 시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의 선례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이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반값 중개 수수료 제도 도입을 확정하지 못한 광역 지자체들도 상반기안으로 의회 일정이 잡히는 대로 정부 권고안을 수용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가 반값 중개 수수료 제도 도입의 분수령이었는데 서울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6 시행이 늦어진 이유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당연히 이 제도 도입에 대해 반발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반값 중개 수수료 제도 권고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각 광역 지자체 의회에서 미적거린 것도 부동산 중개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데다 이에 대한 지지 여론이 비등하자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전략을 다소 변경한다. 정부는 권고안에서 상한 요율을 제시했는데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를 고정 요율로 정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의회는 정부 권고안을 다소 수정한 조례 개정안을 만들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 경쟁을 없애 담합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개선 권고를 받고 정부 권고안대로 원위치시킨 바 있다.
7 실제 수수료는 얼마나 싸지나?
소비자들은 반값 중개수수료 제도 도입으로 인한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는 가격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혜택 범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권고안은 △매매가격 6억∼9억 원 사이 수수료는 기존 거래 가격의 0.9% 이하에서 0.5% 이하로 △전세 보증금 3억∼6억 원은 0.8% 이하에서 0.4% 이하로 각각 인하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가령 주택을 3억원에 임대차할 경우 중개수수료는 최대 240만 원에서 최대 120만 원으로 줄어든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이 구간에 해당하는 거래는 서울의 경우 전체의 10%, 경기는 5%에 불과하다”며 “마치 전체 중개 수수료를 반값으로 인하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8 소비자들 반응은?
반값 중개수수료가 시행된 지자체 시민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 중개수수료가 크게 절감돼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법정요율보다 2∼3배가량 돈을 더 얹어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달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개수수료가 비싸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81.9%가 ‘비싸다’고 답했다. ‘싸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임은경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제시한 부동산 중개수수료안에 대해 60%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제도가 시행된 서울시의 경우 호응을 표하는 문의전화가 폭주한 데 비해 특별한 항의 민원제기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각 구청을 통해 파악한 결과 정확한 제도 적용시기를 묻는 문의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기존에도 최고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점을 미뤄볼 때, 실제 수수료 인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9 이미 계약 마친 사람 소급 적용?
실제 잔금일이나 입주일이 반값 중개수수료 시행일 이후라도 그 이전에 중개수수료가 명시된 계약서를 체결했다면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부동산중개업법 제17조 제3항에 ‘중개업자는 중개가 완성되어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라고 규정돼 있는 가운데, 중개완성 시 중개수수료 청구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중개수수료 적용은 거래계약 체결 당시 상태를 기준으로 삼아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계약자와 중개업소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반값 중개수수료가 적용될 경우 많게는 300만 원 이상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 전 이미 계약 체결이 끝난 경우 중개수수료를 깎으려는 고객과 거절하는 중개업자 간 다툼도 늘어나고 있다. 계약 체결 문턱까지 왔다가 날짜를 미루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중개업소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한편 일부 서울 시민들은 시의회가 공인중개사협회와 시민단체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다 봄 이사철 막판에서야 뒤늦게 관련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킨데 대해 큰 불만을 표하고 있다.
10 선진국은 어떤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보수 요율은 크게 낮은 편이다. 실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보수 요율(주택)은 0.4∼0.6% 사이에 주로 형성돼 있다. 반면 한국과 같이 중개의뢰인 쌍방 모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는 일본의 경우 보수 요율이 3.26%에 달한다. 매도인으로부터만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보수요율도 각각 3.5∼6%, 2∼3.5%에 이른다. 또 프랑스는 3.5∼4%, 독일도 1.5∼3%의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양질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존스 랭 라살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부동산 투명성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2개 국가 중 43위에 그쳐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다. 실제 중개업소들의 설명의무 위반이나 소유권 사칭, 전문지식 부족, 이행과정 사고 등의 문제점이 흔히 나타나는 실정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지불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매 보호나 배상책임 강화 등의 서비스를 철저히 제공하고 있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들은 주택 거래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세무, 법률, 권리관계 등 한국보다 수준 높은 추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회경·박수진·최준영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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