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취향최근 한 편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풍문으로 들었소’. 대한민국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로 유명 연출과 화려한 캐스팅 등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죠. 아니나 다를까, 최근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인기요인은 현실에 있을 법한 대한민국 1% 상류층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과장되어 있다는 겁니다. 현실과 과장이 미묘하게 얽혀 들어가는 묘미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선 ‘풍문’으로나 들어봤을 법한 대한민국 상위 1% 의 ‘외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옥 전체를 양옥의 집 안으로 옮겨놓은 대저택,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하는 비서들, 주인공인 유준상의 배경과 직업, 또 그 아내인 유호정의 집안 등 사소한 설정까지 매우 신경을 많이 쓴 게 한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흡인력을 더하는 것은 바로 극 중 인물들의 패션입니다. 통상 ‘재벌들의 복장은 화려할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준 기존 드라마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수많은 드라마 속 재벌 2, 3세들은 화려한 색상과 패턴을 활용한 슬림한 슈트를 많이 입습니다. 여기에 밝은 넥타이와 포켓스퀘어까지. ‘드라마틱’하지만 어딘지 꾸며진 ‘화려함’입니다.
반면 이 드라마에서 유준상은 법무법인 대표로서 품격있는 차림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복식(服飾)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반드시 필요에 의한 옷을 입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진한 남색, 어두운 회색 등의 슈트로 무게감도 잃지 않습니다. 너무 붙거나 하지도 않고, 적당한 여유가 있습니다. 넥타이도 슈트 색에 맞춘 단색 혹은 레지멘탈(사선으로 들어간 스트라이프), 도트(물방울) 타이를 활용해 비즈니스 자리에서 신뢰를 더합니다.
분명 기본에 충실했음에도 유준상의 패션은 충분히 화려합니다. 슈트의 특성을 명확히 알고 있는 차림이기 때문입니다. 슈트는 남성성을 가장 잘 부각시켜 주는 장치입니다. 또 슈트는 기본 법칙에 충실할 때 역설적으로 더 멋스러워 보이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 ‘멋’은 단순히 화려한 패턴의 옷을 입거나 포켓스퀘어를 한다고 해서 절대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혼자 터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모습을 보거나 혹은 누군가에게서 복식 교육을 받았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유준상의 드라마 속 패션은 잘 교육받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다소 과장되어 있어도 ‘현실의 감’이 느껴집니다. 드라마는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패션에서만큼은 배울 점이 많다고 봅니다. 지금, 풍문으로만 듣던 패션이 브라운관에 펼쳐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