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정당한 대가” 양론 노트 필기·리포트 모범본 등 인터넷·SNS 통해 사고 팔아

서울 H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최모(25) 씨는 시험기간이 되면 수업 내용 필기 노트를 팔아 용돈을 마련한다. 중간고사를 2주일 앞둔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교수님 설명이 꼼꼼히 적혀 있는 열역학 정리본과 족보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10여 분 만에 구입을 원한다는 댓글이 10개가 넘게 달렸다.

최 씨는 이들에게 각각 3000원씩 받고 A4 40장에 달하는 수업 필기 내용을 정리한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줬다. 최 씨는 “깔끔하게 노트를 정리하는 편이라 예전에는 지인들에게 무료로 노트를 복사해주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력에 대한 대가가 없다는 생각에 억울했다”며 “노트 정리를 통해 공부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기간인 19일, 광주 C대 인터넷 홈페이지 알뜰장터 게시판에서도 다양한 강의의 족보를 사고판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요약정리본은 덤으로 증정되고 있었으며 대부분 5000∼8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과거에는 선배가 후배에게 친분을 바탕으로 건네주던 과목별 족보, 리포트 모범본, 노트 필기 등이 인터넷 사이트·SNS 등을 통해 돈을 주고 거래되면서 대학생들 사이 개인주의 성향이 팽배해 있는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당한 노력의 대가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SNS를 통해 노트 필기를 산 적이 있다는 김모(여·22) 씨는 “상대방의 노력을 인정하고 성의의 표시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오히려 친분을 이용해 알음알음 필기를 얻는 것보다 깔끔하다”고 말했다.

임운택(사회학) 계명대 교수는 “순수한 호의를 베풀고 나누는 것보다 철저한 이해관계를 통해 주고받는 문화가 20대 젊은 층들 사이로 확산되고 있다”며 “성적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체득된 개인주의적인 문화”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또 “이런 현상은 동아리나 학과생활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지인을 통해 필기노트를 얻을 수 없는 씁쓸한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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