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0만 ~ 20만원 밖에 안주는
정부의 전시행정과는 차별화
일하는 즐거움·행복감 느끼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 목표
12명 채용 3호점 600명 몰려
3개 매장서 月매출 5000만원
“관절염이 심했는데 카페에 나와서 바쁘게 일하면서, 진통이 없어졌어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출근할 생각에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지난 3월부터 인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내 위치한 ‘카페오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전춘월(66) 씨는 평생 전일제 직장을 가져본 일이 없다. 그는 “얼마 전부터 출근해야 하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고, 직장에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며 “마음이 행복하니 몸이 더 건강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카페오즈는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 사회적기업 ‘실버스푼’이 세운 3호 카페다. 한 달 전 개장한 이 카페에서는 현재 12명의 바리스타 어르신이 전일제로 근무하고 있다. 전 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 4시 이후에는 다른 어르신이 교대를 한다. 주 5일 하루 8시간 카페 근무로 어르신이 받는 월급은 월 120만 원 정도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2015년 5580원)보다 훨씬 많은 7000원 수준이다. 안정적인 벌이와 전일제 바리스타라는 직업적 자부심이 어르신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다.
황찬영(39) 실버스푼 대표는 “최근 어르신 일자리 창출이 사회적인 화두여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실버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 매장처럼 높은 수익을 내면서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손님들에게 또 오고 싶은 카페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경쟁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반 전 설립된 실버스푼은 어르신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기업이다. 황 대표는 “국가에서 하는 어르신 일자리가 대부분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유는 조그만 매장을 차려놓고 100∼200명에게 일자리를 쪼갠 뒤 일주일에 한두 번 일 하도록 하면서 한 달에 10만∼20만 원의 저임금을 주는, 보여주기식 행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운영되다 보니 많은 실버카페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결국에는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어르신들이 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전 씨는 “가게에 손님이 많으면 오히려 즐겁고, 없으면 무기력해진다”며 “주말이면 동화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줄지어 카페를 방문해 직원들 모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카페가 수익을 많이 내야 더 많은 어르신에게 양질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인테리어에 신경 쓰고, 커피·디저트 등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쟁력 면에서 앞서간다면 굳이 실버카페라는 점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 실버카페의 영업 전략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르고 싶은 카페, 다시 찾고 싶은 카페를 만들면 실버카페라는 점을 고객에게 강조하지 않고도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 동화마을을 비롯해 인천 문화예술회관, 인천 중구청 등 총 3개 매장에서 나오는 매출은 한 달에 3000만∼5000만 원에 달한다. 잔 수로 따지면 6000잔 정도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매출이 오르면서 뿌듯한 일은 어르신 30명을 정규직 전일제 직원으로 고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동화마을에 3호점이 문을 열 당시 12명을 채용하는 데 600명의 어르신이 지원했다”며 “이분들을 다 채용하지 못했지만 추가로 매장을 열어 최대한 많은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어르신 일자리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아버지였다. 신체장애가 있으셨던 아버지는 직장 없이 십수 년을 집에 계셨다. 60세가 넘은 아버지는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나이와 경력단절, 불편한 몸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실망하던 찰나에 월 20만 원의 산불 지킴이 공공사업 일자리를 얻게 됐다.
그런데 몸이 불편하고 나이가 많은 아버지에게 매일 산에 오르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다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공근로 일자리를 얻었는데, 병원에 간다고 일을 안 나가면 일자리를 곧바로 잃게 된다”며 출근을 고집했다.
황 대표는 “일하고 싶은 어르신에게 그분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제공해주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겠다는 걸 그때 느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입시교육 사업으로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지역에서 많은 돈을 번 만큼 이를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이 어르신 일자리 창출 사업이라는 생각에서 실버스푼을 창업했다.
초기에 어느 정도 자본이 투자된 덕분에 실버스푼이 다른 사회적기업에 비해 탄탄한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실제 필요한 인력보다 더 많은 어르신을 채용하고 있는 만큼 순이익이 큰 편은 아니다.
황 대표는 실버스푼에서 받는 자신의 월급 80만 원을 고스란히 재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사회공헌도 단순한 자원봉사나 기부보다는 지속가능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와 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저희 카페에 지원한 어르신 600명뿐만 아니라 1000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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