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왕이라고 다 같은 왕은 아니다. 후세가 붙이는 묘호를 기준으로 보면 조(祖)와 종(宗)으로 구분된다. 새로운 왕조를 열거나 탁월한 공을 세운 왕에게는 ‘조’가 붙고, 덕으로 백성을 다스린 왕은 ‘종’이라 불린다. 그리고 조선왕조 500년에서 왕의 역할을 마치지 못하고 쫓겨난 두 명의 군(君)이 있다. 연산군과 광해군.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두 인물이다.
광해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MBC 월화극 ‘화정’과 KBS 1TV 주말극 ‘징비록’이다. 배우 차승원과 노영학이 각각 연기하는 광해군은 개혁 군주다. 인조반정에 의해 축출되지만 광해군은 중립 외교를 비롯해 군사력 강화를 통해 조선의 자주성을 지키려 한 점 등을 공으로 인정받고 있다.
광해군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다룬 인물 중 한 명이다. 12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드라마 ‘왕의 얼굴’과 ‘불의 여신 정이’의 주인공은 광해군이었다. 배우 이병헌, 서인국, 이상윤 등이 이 역할을 거쳐 갔다. ‘화정’에서 광해군(오른쪽 사진)을 연기하는 차승원은 “광해군이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뤄졌는데, ‘화정’의 결론 역시 기존 평가대로 가지 않을까 싶다”면서 “그러나 중간 과정들을 조금씩 변주해 색다른 광해의 이미지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폭군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연산군은 스크린에서 부활한다. 민규동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간신’은 연산군 11년을 배경으로 조선 각지의 미녀를 강제 징집해 왕에게 바치는 채홍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배우 김강우가 연기하는 연산군(왼쪽)은 여색에 취해 정무는 뒤로하고 간신들의 세 치 혀에 놀아나는 인물이다. 하지만 ‘간신’은 그림, 무예 등에 능한 예술가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기존 작품이 다루지 않았던 연산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광해군과 연산군이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역사적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왕권을 빼앗길 만큼 난세였기 때문에 상상력을 가미해 극적인 재미를 배가시킬 여지가 많다. ‘화정’을 연출하는 김상호 PD는 “시청자들이 사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 우리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기 때문”이라며 “역사적 사실에 드라마적 허구와 상상력을 동원한 팩션(팩트+픽션)”이라고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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