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일명 ‘요우커’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17년에는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의 50%가 요우커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교육청 정화委 심의 없어도 학교경계 200m내 신축 가능
‘호텔은 유해시설’ 시대착오 요우커 등 유치위해 불가피 불법영업 철저하게 추적관리 “교육환경 저해” 반발 만만찮아
정부와 여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학교 옆에 호텔을 짓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최근 급증하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의 객실 수용에 맞춰 호텔을 증축하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인 등 외국 관광객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호텔은 유해시설’이라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에 반대하는 측은 호텔 신축으로 인한 교육환경 저해 등을 주장하고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을 앞두고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주요 논점을 짚어본다.
현재 학교보건법은 학교 인근 호텔 건립을 규제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 정문(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까지는 ‘절대정화구역’으로 호텔 건립이 아예 허용되지 않는다. 정문이 아닌 담벼락(경계)으로부터 200m까지는 ‘상대정화구역’이며 교육청 산하 정화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관광숙박시설 건립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학교보건법과 마찬가지로 절대정화구역에서는 모든 호텔을 지을 수 없도록 했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르면 상대정화구역에서는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학교 담벼락에서 50m 이내 지역은 현행법에서 규정하듯 여전히 ‘정화위’ 심의 통과 시 호텔 건립이 허용된다. 하지만 학교경계 50m 이상 200m 이내 지역에서는 정화위의 심의 없이도 유해시설이 없고 객실이 100실 이상인 경우 아무 때든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개정안 발의에 따라 빚어진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가 학교 주변에 호텔이 들어서면 교육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관광숙박시설의 수급분석에 대한 시각차. 즉 현재로도 숙박시설이 모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울 시내의 학교 주변에 대형 특급호텔을 지으려는 것은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이다.
우선 호텔 신축이 주변 교육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측면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적용대상인 100실 이상 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이 투숙하는 곳으로 소위, ‘러브호텔’로 상징되는 기존 숙박시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또 일각에서는 단란주점 등의 유흥시설이 따라 들어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라 승인받은 호텔은 정부 차원에서 별도 관리, 향후 유해성 여부를 철저히 추적 관리할 예정”이라며 “출입구, 로비, 주차장 등을 개방형 구조를 갖추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법 영업을 하면 정부는 해당 호텔에 대해 영업정지 및 등록취소를 할 예정이다.
또 하나는 관광숙박시설 수급 분석에 따른 차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여행사 64.1%가 숙박문제로 외래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중국 관광객 유치의 문제점으로 객실 부족이 88.9%를, 호텔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58.3%를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1년 979만 명에서 2013년 1218만 명으로 24.4% 증가했지만 관광호텔의 객실 수는 2011년 7만763실에서 2013년 7만9393실로 1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문제는 요우커다. 중국 관광객들은 서울지역의 호텔 가격이 너무 높아 서울 인근의 수원, 안산, 시흥으로 숙소를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우커들에게는 100실 이상의 중저가 호텔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욱 큰 문제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14년도에 약 1417만 명에서 2018년 약 2005만 명 규모로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 게다가 요우커의 비중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2017년에는 전체 외래관광객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수치를 기준으로 분석할 경우 관광호텔만을 공급량에 포함하여 분석한 결과 외래관광객 1550만 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 기준 서울의 1일 객실수요는 4만7699실, 1일 객실공급은 3만6680실로 1만1000실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6년도에는 1만2800실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관광호텔급 일반숙박시설까지 공급량에 포함해도 2015년 기준 서울의 1일 객실공급은 4만473실로 7200실 정도가 부족하다. 2016년도에는 9000실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권희석 하나투어 부회장은 “일본 도쿄는 호텔 객실이 13만4000실인 반면, 서울은 3만6000실 정도에 불과하고 향후 보다 많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도쿄 수준까지 호텔을 늘려야 한다”며 “호텔은 수요가 있는 관광지 중심으로 지어야 하는데, 관광지에서 학교 주변을 피해 변두리로 나가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이와 관련 호텔업계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레지던스, 게스트하우스, 여관, 홈스테이, 콘도, 펜션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을 잘 활용하면 호텔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권태일 박사는 “일부 호텔업자들은 신규호텔이 많이 들어설 경우 영업매출 감소로 이어질까 우려해 그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며 “일부 미등록, 미허가 숙박시설은 소방안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곳들로 향후 안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관광에 대한 이미지 실추와 이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관광업자들을 중심으로 관광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갖추지 못한 불법 숙박시설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
한편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추진 중인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신축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과 관련,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업계가 재벌기업인 대한항공을 대변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호텔은 법 개정의 직접적인 수혜대상이 아니며, 먼저 서울시장의 지구단위계획변경 승인 등의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